- 초지고 1. 김 아 름 -
창백한 뺨 힘없는 웃음.
피곤에 찌든 입 꼬리가 웃는다.
아무렇지 않아 나는 괜찮아.
세상의 파도와 부딪혀 얻은 영광의 상처를 서투르게 가리며 웃는다
아니 웃는 척하려 한다.
세상의 온갖 것들과 부대끼고 있다.
수많은 숫자들과 씨름하고
온통 세상은 적과 적들 일뿐
내편 따위는 보이지 않는 막막함.
그러나 소리칠 수 없다.
마음껏 울어보는 것도 할 수 없다.
아파도 아픈 것이 아니다.
슬퍼도 슬픈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강해져야 하기에
약해질 수 없다.
그래서 삼킨 아픈 눈물들 한숨들.
눈물이 내를 이루고
한숨이 구름마냥 떠도는 가슴속에는
세월과 한숨의 나이테가 그어진다.
하루하루 흐르는 시간들은
어깨 위 짐이 되어 차곡차곡 얹히고
머리에 녹지 않는 눈이 되어 하루하루 쌓여만 간다.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어깨 위 짐은
그 무거움으로 짓눌러댄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길이다.
모진 세상의 가시덤불에 이리저리 긁히고 찢어지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걸음이지만
끊임없이 나아간다.
그것이 부모라는 이름의 마력이다.
무거운 어깨를 이끌고 오늘도 세상에 시달리러 나선다.
부모라는 이름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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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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