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포초 3. 김 경 민 -
작년 눈이 오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나의 친구들과 함께 노적봉으로 눈썰매를 타러갔다. 비닐푸대 자루와 커다란 라면박스 두 개를 옆구리에 끼고 즐거운 마음으로 눈썰매를 타러갔다. 친구들과 나는 비스듬하게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서 라면박스에 엉덩이를 대고 "야호"하면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몇번을 반복해서 눈썰매를 타던중 나는 더 재미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나는 좀더 높고 구불구불한 곳으로 갔다. 그곳은 정말 사람들도 별로 없고 우리들만의 천국인 것 같았다.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순간 나는 방향을 옮겼을 때 와당탕 쿵탕 때굴때굴 하늘이 빙빙 돌았다. 나는 너무 놀라서 울 수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가 소리를 쳤다.
"경민아 너 입에서 피나와" 그때부터 나는 겁이 났다. 겁에 질린 친구들과 나는 울면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입술은 퉁퉁 부어있었고 앞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걱정이 하나 생겼다. 엄마께서 집에 돌아오시면 얼마나 놀라실까?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가슴이 불안했다. 그날 따라 엄마가 회사에서 늦게 돌아오셨다. 나는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자고 있었을까?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엄마는 놀란 눈으로 "경민아 너 얼굴이 왜 이 모양이니?"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엄마는 걱정스런 모습으로 나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내 앞니를 보시고는 화들짝 놀라셨다. 왜냐하면 앞니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울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엄마께 설명을 드렸다. 엄마는 나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서 검사를 한 후 다른 곳은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앞니가 심하게 흔들려서 보조기구를 끼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나를 업으시고 말씀하셨다.
"경민아 네가 많이 안다쳐서 다행이야" 그러면서 엄마는 사랑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나는 후회를 했다. 눈썰매를 타러 갈 때 안전모자도 쓰고 마스크도 하고 두꺼운 장갑도 끼었더라면 이렇게 많이 다치지 않았을 텐데.
엄마는 말씀하셨다. "경민아 엄마가 네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다음에는 조심하고 엄마가 같이 있어 줄게" 엄마가 우시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함부로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올 겨울이 기다려진다. 또 눈썰매를 타러가야겠다. 물론 비닐푸대와 라면박스도 준비하고 한가지 더 안전모자와 마스크 그리고 튼튼한 장갑을 꼭 준비해야지. 내가 조금만 주의를 하면 다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 엄마의 등허리는 무지 따뜻했었던 기억이 난다.
<김경민 webmaster@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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