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가 이런 말을 썼다. “20년째 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 중인데 극중 용식이라는 역할은 지극히 평범하고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농촌 청년이다. 많은걸 바라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화면 한 쪽에서 흙을 일구는 역할이다. 서울 가서 출세하고 싶은 유혹이 없진 않지만 절대 땅을 버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사는 이 역할에 대해 사랑하는 이유”를 적어놨었다.
그렇게 빛나는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저 삽 하나 짊어지고 엑스트라처럼 서 있기라도 해야 전원일기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세상이 잘 나가는 사람 몇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말없이 제자리 지키는 용식이 같은 사람들도 사회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원일기가 자연사 하는 말까지 용식이 역할을 지키겠다는 얘기로 마무리 했다.
사실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하다보면 별별 역할을 다 맡아서 하게 된다.
어느 날 조선시대 임금이었다가 내시가 될 수도 있고 그런가 하면 한 대기업 회장이었다가 아파트 경비원도 된다.
수십년 연기생활을 해 오면서 나도 검사 변호사도 해봤지만 평범한 동네 파출소의 박순경 역활도 해 봤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큰 역할 작은 역할이 없는 것이로구나 다만 있다면 잘 하느냐 못하느냐 소화를 잘 해내느냐 미숙하냐 라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라는 거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장관하는 사람은 위대하고 새벽 길거리의 환경미화원은 위대하지 않다는 말인가? 직업의 질을 따지거나 월급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를 얘기하고 싶은 거다. 우리나라가 한참 어려울 때 이런 말이 떠돈 적이 있다.
"한국은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망쳐놨다" 요즘 그 얘기가 다시 절실해 진다. 국회의원이고 장관이면 뭐하나 나라 살림 제대로 못하면 물러나서 자기 그릇에 맞는 일을 다시 찾아봐야지. 사장이고 회장이면 뭐하나 회사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주면서 비자금이나 만드는 그런 사람은 자격이 없는 거다.
월급이 적고 근로환경은 열악하지만 맡은 일 꼼꼼하게 해 내고 아무탈없이 일 해내는 사람들… 그 이름 석자가 알려지지 않은 세상 사람들도 많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세상은 바로 그 위대한 단역들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가진 사람들이 더 반성하고 겸손해지길 바란다.
<박규채 광운대학교 교수 webmaster@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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