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천호 안산예총/작가 -
지난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 미술계에서는 특별한 작품전이 열린바 있다.
1986년도 우리 안산시에서 처음으로 제1회 서양화 개인전을 가진 이래 근 20년동안 왕성한 작품활동을 계속해왔던 서양화가 고 강대원씨를 기리고 추모하는 유작전이 그것인데 장마 끝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하나의 상큼한 청량제로서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고 강대원씨는 개인전 4회(서울 안산 전주)를 비롯 한국미술협회전과 광주비엔날레(518묘역) 통일미술제 등에 참가했고 40여회에 걸친 각종 단체전과 젊은 작가들의 그룹전시회 그리고 일본과 구미 등지의 대소 국제작품전에도 출품하여 호평을 받아온 중견화가였다. 그는 또한 안산에 정주하여 많은 후진들을 가르쳐 왔으나 금년 1월 21일 신병이 악화되어 향년 55세로 아깝게 요절했었다.
우리 안산이 “반월신도시”라는 호칭을 벗고 새로이 시(市)로 승격한 것은 1986년도였다. 이와 때를 맞추어 서울에서 활동해 오던 문화예술계의 전문인사 약 300명이 성포동에 신축된 예술인아파트 단지로 대거 입주해왔다. 그들은 문학ㆍ음악ㆍ미술ㆍ무용ㆍ연극ㆍ영화ㆍ연예ㆍ국악ㆍ건축ㆍ사진ㆍ만화ㆍ방송ㆍ언론ㆍ출판 등 이른바 문화예술 각 분야 전문직종의 현역들과 제법 이름이 알려진 중진인사들이었다.
그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사이에 <안산예협> 내지 <안산예총>멤버로써 작고한 인사는 강대원씨 말고도 11명이나 된다. 영화촬영 감독인 임진환 이유동을 비롯 맑은 서정과 감각적 재기가 돋보였던 젊은 여류시인 고정희 사진예술분야의 원로 홍유관 안산예협 회장으로 영화PD 겸 시나리오작가인 황영빈 80고령의 동양화가 겸 서예가 서주(西洲)문일 성우 출신으로 제작극회 연기자였던 윤병훈 한국의 여류영화감독 2호였던 홍은원 그리고 <북부군>의 다큐멘타리 작가 이형우 국악계에서는 초대국립창극단장을 역임한 박후성 중학교미술교사로 단원미술작가회 창립 대표를 맡았던 조완영씨 등이 애석하게도 일찍이 요절했거나 노환과 신병으로 세상을
뜬바 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잊혀져버린 안산문화예술계의 소중한 별들... 과연 이들의 죽음은 그저 스쳐 지나간 바람처럼 아무 의미도 없이 풍화되어 스러져가도 좋은 것인가?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고 강대원씨는 사후 6개월만에 추모 유작전이라는 모습으로 되살아나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셈이다. 단원미술관에 새 액자를 끼워 잘 정리ㆍ전시된 그의 작품은 50여점. 여기에 25점의 문화생 수채화협찬이 보태짐으로써 동 추모전은 뜻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금권과 물질적 지배를 거부하고 오직 화가라는 천직에 매달려 자기 일을 사랑하며 굳건하게 자긍심을 지키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작가_ 그의 내면에서는 항상 불길같은 창작의욕이 용솟음쳤고 그것은 치열한 자기 연소로 승화되어 <꿈 일상>이라는 작품으로 분출되었다. 강대원씨의 대표적 연작(連作)으로 알려진 그 작품들은 전시장의 벽면 가득 살아있는 관<棺>처럼 베개를 나란히 고동치고 있는 듯 했다.
바보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한 작가의 죽음_ 과연 그것은 우리 지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가. 나아가 그것은 어린 자녀들_ 내일로 이어지는 차세대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고 기능할 것인가. 우리는 고 강대원작가를 추모하는 유작전시장에서 그러한 물음을 떠올리며 잠시 오늘의 세태(世態)를 자성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지역사회의 미래를 다져나가는 가장 원천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상식으로 직결된다. 필자는 혹시 벽면에 역동하는 그림 속에서 작가가 벌떡 일어나 울부짖지나 않을지 숙연한 환각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그렇다. 작가는 죽어서 더욱 절실하게 날이 시퍼런 화두(話頭)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장천호 작가 webmaster@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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