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사업 파트너는 부부가 아닐까. 표면제 시트(Sheet) 제조 판매 전문업체 (주)건웅(안산시 성곡동 시화공단 4바 202호)의 심규정 회장과 안덕희 사장은 삶의 동반자이자 경영의 동반자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감에 쓰러지기도 몇 번 그러나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며 경영의 동반자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인연을 맺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성공의 기쁨도 함께 공유한다.



인터뷰 요청에 "뭐 큰 회사도 아니고 진짜 회사 잘 운영하는 경영인도 많은데 남들보면 언론플레이 하는 줄 알겠다"며 손사래부터 친다. 그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고싶은 인생이야기나 들려달라는 말에 한참을 망설이더니 조심스레 말문을 텄다.



▲가난은 인생의 장작과 쓸개였다

안 사장은 어린시절 지독한 가난에 부대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당신 나이 서른 둘에 홀로 4남매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를 도와 집안을 꾸리자면 돈을 벌어야 했다. 맏딸인 그가 처음 회사에 취직한 건 초등학교 4학년때. 가난 때문에 오기로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던 나날들이었다. 성실함이 회사 사장님 눈에 띄어 기름장갑을 벗고 관리직으로 옮겼다. 탄탄하게 쌓은 신용에 힘입어 23살 되던 해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서울 논현동에 조명기구 대리점을 열었다. 이때 처음으로 '장사'란 것을 배웠다.



단발머리에 미니스커트. 안 사장이 평생을 두고 고집하는 외모다. 작은 체구에 어디서 그런 당당함이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여자가 무슨 사업을'이란 비아냥이 싫어 되레 '깐깐해 보이려고' 고집했단다. 이젠 눈이 나빠져 쓰는 안경이지만 순전이 얕보여선 안되겠다 싶어 그 땐 도수없는 검은테 안경도 썼던 그다. 인정받는 여성경영인이 되기까지 가난은 그에게 '장작(薪)'과 '쓸개(膽)'였다.





▲인생의 위기를 사랑으로 키워

안 사장과 심 회장은 사업 파트너로 인연을 맺었다. 87년 신영공사를 창립한 안 사장이 당시 회사와 협력관계였던 심 회장을 이듬해 영업총괄 파트너로 스카우트 한 것은 업계의 유명한 일화다. 가난 때문에 포기했던 '배움'을 30대 넘어 시작한 안 사장에게 심 회장은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89~90년 일이 끝나면 신설동 검정고시 학원으로 내달리던 안 사장을 심 회장은 말없이 곁에서 다독였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사랑'을 확인한 건 인생이 위기에 처한 길목에서다. 별도로 작은 회사를 운영하던 심 회장이 연이어 부도위기에 놓인 것. 91~92년 줄줄이 터지는 부도에 좌절감에 빠진 심 회장에게 이번엔 안 사장이 응원군으로 나섰다. 심 회장은 "한참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그녀가 나를위해 검정고시도 중단한채 발로 뛰어다니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시리도록 고맙다"고 말했다.





▲사업 파트너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이들은 95년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첫 결혼에 실패한 안 사장과 인생의 동반자가 된 심 회장은 가끔 '팔불출' 소리를 들을만큼 '자식사랑'이 유별나다. "올해 22살된 아들과 5살 된 딸 그리고 아내야 말로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선택입니다" 심 회장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기에 더 살갑고 사랑스럽단다.



결혼 전 힘겨울때마다 포장마차에서 '눈물섞인' 소주잔을 기울이던 기억을 이들 부부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첫 인상은 마치 섬머슴아 같았는데 친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는 말을 이해하며 받아주는 걸 보면 남자보다 더 큰 '통'을 지닌 여자"라고 너스레를 떠는 남편에게 아내는 "돈 계산엔 영 눈먼장님이지만 남에 대한 배려는 누구보다 넉넉한 남자"라고 눈웃음을 친다.



심 회장과 안 사장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만큼은 역할분담을 확실하게 한다. 주로 전면에 나서는 게 남편 심 회장이고 안 사장은 뒤에서 참모를 맡는다. 큰 그림을 그리고 대외적인 활동에 심 회장이 능통한 반면 안 사장은 세부적인 사안을 꼼꼼하게 챙기는 걸 잘하기 때문이다.





▲"사회에 도움되는 삶 살고싶다"

회사가 안정단계에 이르면 쉬어갈 만도 한데 일에 대한 두 사람의 욕심은 한결같다. '사장님'과 '회장님'이란 호칭이 '여보'나 '당신'보다 더 '입맛'에 맞는다. 그렇다고 종일 사업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아내 몰래 장기기증을 서약한 남편이나 사회복지 사업을 꿈꾸는 아내는 나이들면 사회에 도움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인생관'이 쏙 닮아있다.



닭살 커플인가 싶어 부부싸움은 어떻게 하냐고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자 "이메일로 하고싶은 말을 다 보낸다"는 아내를 향해 "입심좋은 아내에게 안 지려면 그저 묵비권이 최고무기"라며 심 회장이 너털웃음을 짓는다.

심 회장과 안 사장은 "인생의 후반기엔 더 뜨거운 사랑을 서로 나누며 살고싶다. 올해엔 둘 만의 오붓한 여행을 꼭 가고싶다"고 말했다. 별스런 '연애'한번 없이 정신없이 살아온 인생 뒤안길에서 결혼 10년을 맞은 올해 그동안 미뤄온 '신혼여행'을 계획하는 이들 부부의 사랑엔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있다.









■ (주)건웅

지난 87년 신영공사로 출범해 지난해 1월 (주)신영데코로 회사이름을 바꿔 올해 창립 18년을 맞았다. 표면제 시트 제조 판매 전문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규모. 올해엔 180억원으로 매출신장을 목표로 잡았다.

2001년 ERP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 인도네시아 터키를 시작으로 첫 수출의 물꼬를 텄다. 특히 중국 하북성 랑방에 건웅유한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생산라인을 가동중이다. 랑방 건웅유한회사는 대지 6천여평 건평 800평 규모로 중국 및 동남아지역 제품수출에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상해 국제 가구 원부자재 전시회에 참가해 국내외 80여개 업체와 상담 150만달러의 단일상담액의 성과를 거두며 현지 거래처를 확장중이다. 당초 에넥스 한샘 등 유명 주방가구 회사와 협력관계로 진출했지만 국제전시회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고유 브랜드로 개발한 '데코도리' 상표는 국내와 중국에 동시 상표등록 됐다. 최근엔 친환경소재 개발로 세계시장을 공략중이다. 지난 1월 친환경소재 생산설비인 'PP전용 5도 인쇄기'와 '드라이 나미' 신규설비를 새로 갖추고 친환경 표면자재인 '데코도리 PP'를 본격 생산하고 있다. 회사경영은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성과급 제도'로 유명하다. 각 팀별로 사업계획서를 짠 뒤 그 추진결과에 따라 년간 1천200%까지 성과급이 지급된다.



(주)건웅의 회사이념은 가치있는 일을 하는 다람쥐 정신 자신의 일은 스스로 결정하는 비버방식 서로를 격려하는 기러기 정신을 강조한다. 심규정 회장과 안덕희 사장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최고가 되는 첫걸음이 다"며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개발해 주력한 결과 '데코도리'라는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형민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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