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아즈시 사진.’ 저한테도 폼을 잡으라네요. 승훈이 나름대로 열심히 셧터를 눌러댑니다. 이번엔 사진기를 저에게 주고 자기를 찍어 달랍니다. 승훈이는 저와 서로 찍고 폼 잡고를 두어 번 반복하고 나서는 저에게 사진기를 주고 줄넘기를 가지러 간다면 식당쪽으로 사라집니다.

저희 회원들도 여기저기 아이들과 어울려 웃고, 달래고, 뛰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처음 온 회원분들이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 보기가 좋습니다.
둥지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오래 다니기가 쉽지 않거든요.

장난감 사진기를 들고 둥지입구에 있는 봄 나무 밑 평상으로 갔습니다. 평상에 앉아 있는데 선우(9살)가 책을 가지고 와서 재미있다면 저에게 보여줍니다. 책 제목이 ‘빨간 마스크’입니다. 선우 책속 그림을 보여주며 저에게 내용을 이야기 줍니다. ‘아저씨. 한 여자가 입이 작아 의사한테 입을 크게 해달라고 해서 의사가 입을 양쪽으로 크게 수술을 했어요.’ 제일 무서운 그림을 보여준다며 주인공인 듯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있는 그림을 보여줍니다. 귀밑 근처까지 입이 찌져져 일부는 실로 꿰맨 자국이 있고 입가와 눈엔 피가 한줄 흐르고 있는……. 언뜻 보아도 섬짓한 느낌을 주는 그림입니다. 선우는 책 내용이 무서워서 재미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무서움 것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합니다.

선우와 제가 책을 보며 이야기하는 사이 주위에 몇명의 아이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모여 자기들도 책을 보여 달라며 보챕니다.(계속 '얼음땡 놀이')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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