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책을 보다가 잠시 바람 쇄려 나온 것이지요. 어둑해지는 시간이었지만 공원 여기저기엔 가족들과 이웃들이 어우러져 삽결살을 구워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노래소리...
가까이 가보니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기억을 더듬어가며 아침이슬을 합창하고 계십니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열명 남짓씩 무리를 만들어 둘러 앉았는데 모두 40여명은 될듯 합니다. 무슨 모임일까? 호기심을 접고 걷든 중 자그만한 운동장이 있는 곳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운동장에서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동네 아저씨들이 족구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본 듯한 유니폼. 저는 잠시 가든 길을 멈추고 바위의자에 걸터앉아 족구경기를 구경합니다. 족구 실력이 대단한 분들입니다. 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듯 연신 하나만 잡자고 야단을 치더니 한쪽 팀 선수의 서브실수로 경기가 마무리 됩니다.
족구경기가 끝나 바위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근처에서 요란한 싸리렌 소리가 들리면서 경찰차가 근처 길가에 급하게 섭니다. 차에서 팅겨나오 듯 밖으로 나온 경찰, 어느 집인가를 향해 급히 걸어가고 어느 시민의 다급한 목소리...(거리가 있어 대화내용이 자세히 들리지 않았습니다.)
족구하든 사람들이 모두 경찰이 있는 곳으로 몰려가고 저도 무슨 일이가 하고 그곳으로 가보았습니다(속으로 혹시 좋은 취재꺼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 제가 가보니 경찰 둘이 근처 산속으로 올라가 밑에 있는 동료에게 물을 떠오라고 소리칩니다. 저는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아무 생각없이 산속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니 경찰들이 서있는 근처에서 뭔가 탄냄새가 납니다. 불이 났음이 분명합니다. 다급하게 물을 한바가지 얻어오라고 소리치는 경찰. '불이 난 모양이죠.' 제가 혼자말처럼 하며 말을 걸어 보지만 아무 답을 않고 주위만 계속 손전등으로 비추며 왔다 갔다 합니다. 조금 후 물이 한바가지 올라오고 그것을 받은 사람은 발아지점으로 보이는 두곳에 조심스레 물을 뿌립니다. 곧 책임자인 듯한 사람과 몇명의 경찰이 더 올라옵니다. 상관인 듯한 사람에게 보고 하는 내용인 즉- 불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올때는 집에 불이 난줄 알았는데, 와보니 신고한 시민이 산불이라더라. 그래 산에 올라와 보니 두곳에 불이 붙고 있었다. 그래서 급히 발로 불을 끄고 지금 불을 뿌렸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책임자 인듯한 분은 산책하든 시민이 담배불을 버린 듯 하다며 물을 좀더 더 가져와 뿌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불안하니 주위를 좀더 살펴보라고 합니다.
경찰 몇명이 주위를 살피는 동안 저는 다른 경찰들과 함께 산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온 후 경찰들은 큰일 날뻔 했다며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몇일 전 불난 곳이 저기 오백00번지 창고지...'' 요즘 왜 이리 화재신고가 자주 들어와.' '왠지 불안해.' 순찰당직인 듯한 경찰은 이제 자기 시간이 한시간 남았는데 불안해 죽겠다며 엄살(?)입니다. 이렇게 옆에서 경찰들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 한명이 '누가 불지르고 근처에 있을지도 몰라.' 하고 또한 다른 사람 '그럴리가 있나.' 하고... 이유없이 옆에 서있는 제가 이상해 지는 분위기. 저는 근처 사는 시민이라고 말을 할까 하다가 그냥 천천히 걸어 공원으로 돌아 왔습니다. 등뒤로 느껴지는 경찰들의 의심스러운 눈길을 뒤로 한채.
공원 이곳 저곳엔 아직도 어둠속에 많은 사람들이 삼겹살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관리인 듯한 아저씨가 한무리에 가까이 다가가 뭔가 주위를 줍니다. 그말을 들은 분들도 웃으며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합니다.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집으로 돌아 오는길 '불만큼 쓰기에 따라서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를 주는 것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릅니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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