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서 가끔 마주칠 때 후닥닥 지나치려다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흠칫 멈추어 서서 “휴- 수녀님... 잠시만라도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그렁그렁 두 눈 가득 눈물 맺혔던 장애아동 가정의 어머니들을 난 잘 기억한다. 피곤에 찌든 얼굴,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바쁜 두 다리, 잠깐 사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 늘 조마조마한 마음... ‘저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잠시라도 쉼의 시간을 드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나 혼자만이 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복지재단에서 지원사업을 공모했을 때 현재 맡고 있는 일도 벅차건만 우리 사회복지사는 그만 또 일을 저질러버렸다. 3번의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복지사는 ‘지금도 버거운 업무’와 ‘그래도 해야 할 의미 있는 일’ 사이에서 무척이나 갈등 했으리라. 그러다 당선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역시 얏호!~ 하면서 신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한 켠 얼굴에 스쳐지나가는 그림자는 ‘이제는 잘 해내는 일만 남았다’는 각오의 모습이겠지?
복지관 장애아동 방과후교실에선 특수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아이들을 차로 이송해서 복지관으로 데려와 저녁때까지 보호한다. 그런데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는 엄마들이 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대,소변 실수를 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바로 들어가 수습을 해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종일 아이 뒤를 쫓아다니느라 시간이 없는 이들은 복지관에서 잠시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에 집안일이며 관공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그러다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돌아오는 아이를 다시 맞는다. 학령기 전의 아동들은 그래도 돌보기가 훨씬 수월한데 복지관에 이제 5학년이 된 00이는 떼를 쓰기 시작하면 선생님 두 명도 벅차 한다. 그러니 이젠 엄마보다도 키나 덩치나 훌쩍 커버린 00이를 보면 돌보는 엄마는 얼마나 힘이 부칠까 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조금, 아주 조금 변한 모습에도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어머니... 저 어깨는 언제나 가벼워질까...
앞으로 2번에 걸친 비장애가정의 교육과 장애가정의 교육이 실시된 후 본격적으로 아이를 위한 두 가정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이가 하루 다른 집으로 소풍간 사이 마음이야 아이에게 가 있겠지만 엄마도 소풍을 떠나게 될 것이다. 엄마는 다른 친구들처럼 까페에 앉아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보통의 어머니들에게는 일상인 이런 일들이 장애아동의 어머니에게는 평생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인 것이다. 장애가정 어머니들이 성공적으로 소풍을 잘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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