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웰빙에는 바탕이 되어야 할 자연 보호와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문화와는 영 거리가 멀기만 하다. 사실 웰빙이라는 말은 자기와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의 세련된 표현이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겠다고 유기농 식품이 많이 팔리고 있지만 그 상품이 웰빙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선 쓰레기로 버려질 비닐과 불필요한 포장지가 낭비되어야 하고 그를 나르느라 대기를 오염시키는 매연이 내 뿜어져야 한다. 유기농 식품이 재배되는 농사 현장은 또 어떠한가? 농사도 기계화되어 유기농 재배 현장엔 트랙터 기계의 매연이 뿜어지고 땅에는 썩지 않는 비닐이 뒤덮인다. 유기농 식품이 유기적이지 않은 방식과 유기적이지 않은 유통방식으로 웰빙 소비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러니는 똥에 이르면 더욱 극적이 된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은 깨끗하고 안전해야 하지만 내가 싸는 똥과 오줌은 수세식 변기를 통해 자연을 더럽히는 오염원으로 버려져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가면 이는 분명 위선일 뿐이다.
현재 이른바 친환경농산물로 팔리는 유기농 식품들은 대부분 사료와 화학약품에 의해 키워지는 가축들의 똥을 거름으로 해서 재배된 것들이다. 이른바 공장식 축분이 문제인 것은 각종 호르몬제와 항생제 등이 투입된 사료를 먹여 만들어진 똥들이라 근본적으로 오염된 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장식 축분을 거름으로 만들어 키운 친환경농산물은 최고 단계인 유기재배 인증을 받지 못하고 바로 전 단계인 무농약 재배 인증밖에 받지 못한다. 우리도 국제 유기농 식품 규정인 코덱스Codex 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인데 이제 유기재배 인증을 받으려면 유기축산으로 오염되지 않은 똥을 만들어 거름으로 써야 한다.
이 코덱스 규정은 그 제정을 주도한 서양 사람들 입장에 맞게 만든 것이어서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넓은 옥토의 땅을 가진 곳에서야 방목을 하든 기계화를 하든 유기축산이 어렵지 않지만 우리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축분을 받기 위해 따로 소나 돼지를 키우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력도 모자라고 기계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깨끗한 축분을 받아 가장 안전한 유기재배 식품을 먹을 수 있다면야 아주 좋은 일이겠지만 문제는 그걸 먹고 싼 사람의 똥은 어떻게 처리되는가에 있다. 관행농업에 의해 생산된 식품을 먹고 싼 인분이라도 공장식 축분보다는 깨끗하다. 하물며 유기재배 식품을 먹고 싼 똥은 얼마나 깨끗하겠는가? 그런데 그 똥은 수세식 변기를 통해 버려져서 자연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나는 코덱스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먹고 싼 똥을 다시 생산지로 반납하는 사람에게만 유기재배 식품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순환되지 않는 유기재배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한쪽에선 돈을 주든 또 다른 에너지를 투입하든 깨끗한 똥을 구입해 거름으로 쓰고, 다른 쪽에선 그걸 먹고 싼 깨끗한 똥을 쓰레기로 버려버리는 일방적인 시스템이 과연 지속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웰빙은 더 많은 똥을 쓰레기로 전락시킨다.
유기농 식품이 사람에게 좋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이 거꾸로 우리의 똥을 더 쓰레기로 만든다면 그래서 우리의 자연이 더 망가진다면 그게 과연 사람에게 좋은 것일까? 진정한 유기농 식품이란 똥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깨끗한 똥을 만들기 위해 돈과 에너지를 따로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싼 똥부터 쓰레기가 아닌 귀한 거름으로 다시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되도록 유기축산을 늘려가야 하겠지만 그 때문에 공장식 축분을 다시 거름으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선 안되겠다.
똥을 전혀 살릴 생각이 없는, 오로지 내 입에 깨끗한 것만 들어가면 되는 웰빙은 결국 흙을 망치고 자연을 망치고 나중엔 우리의 몸도 망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이 우려스럽기만 하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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