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예술의전당이 개관하면서 단시간내에 수도권의 주목받는 공연장으로 성장하고 예술계통의 사정에 밝은 인사들 사이에서 안산을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별로 기대하지도, 의식하지도 않았던 서울 변방의 문예회관에서 자신들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사실 그들사이에 안산이란 도시는 공해와 사건사고에 찌들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면서 공장굴뚝에서 항상 오염된 연기가 나고 있는 그런 도시이미지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산이란 도시는 이미 새로운 변화를 향한 내재적인 힘을 분출하며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 해 전부터 안산시민들 사이에선 문화충족에 대한 욕구가 꿈틀대면서 예술참여의 요청이 많아지기 시작했었다. 거기에 발맞추어 단원미술대전과 안산김홍도축제가 성장해 나가고 전국 최초로 500인 시민합창단과 동어머니 합창단이 만들어 지면서 문화도시 안산에 대한 기반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제 안산은 문화기반시설로서의 인프라는 거의 갖춰져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더불어 중앙도서관, 도립미술관 등이 완공되면 종합운동장과 함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도시의 구색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각 공간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세심하게 운영의 부분을 가다듬어야 할 때이다.
최근들어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의 성공사례을 배우고 싶어하는 전국의 여러 문화예술기관 관계자들의 방문을 보면서 단지 우리 전당의 시설을 보여주고 운영경험을 말해주기 보다는 문화도시 안산을 목표로 하는 원칙과 철학에 관련된 사항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우선 문화공간들은 문턱을 낮춰야 한다. 언제든지 시민들이 찾아와 즐기고 배우고 놀고 먹을 수 있도록 배려를 다해야 한다. 주말이면 편한 마음으로 가족이 함께 찾아와 여러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문화공간들은 시민들의 참여를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한다. 공연, 전시, 예술교육사업을 하면서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가격정책을 저렴하게 가져가야 하고 혹시 문화에 소외된 계층이 없는지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여러 예술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예술소질을 계발하여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결국 시민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문화공간이야말로 원래의 건립목적에 따라 공공성을 실현하는 올바른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공간들은 고객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문화공간에서 고객은 단지 관객만이 아니며 그곳을 찾는 공연관계자, 일반시민 모두를 일컫는 개념이다. 서비스 업종 종사자로서 상시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고객들이 가장 따뜻하고 가장 품격있는 대접을 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고객을 중심에 두는 사고야 말로 문화공간의 혁신을 이루어내는 지름길이다.
이제 안산은 지역문화예술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제 역할을 다할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한 도시의 예술활동은 그 지역의 예술인과 예술단체에 의해 내용이 풍성해지기 마련이다. 서구의 많은 문화도시들은 예술인들의 창의성이 발현되도록 제반 도움을 아끼지 않은데서 우수한 문화예술이 싹틀 수 있었다. 이미 만들어졌거나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문화공간들은 지역 예술인들이 그 내용을 일정부분 채워 줘야하고 그것이 공간운영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한다.
문화도시 안산은 지역에 있는 여러 문화예술공간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예술인들과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 형성된다고 믿는다. 안산은 역동적인 도시이다. 첨단도시와 해양관광도시로의 빠른 변화 속에 문화라는 키워드가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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