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차원에서 시작한 한 지역의 계획이 당초계획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전체의 밑그림도 준비하지 아니하면서 부분적인 계획과 부분적인 시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연적 담수의 원천인 머리부분은 잘려 ‘인공적인 습지’를 조성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고, 시화호 남측 부분은 수려한 해안선을 마구 허물어 제2의 시화 뚝방을 건조하고 있다. 이로인한 서남,또는 남서방향으로 물 순환의 통로가 끊어진 것이다. 북쪽은 첨단산업지 확보라는 차원에서 지역시민단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지 오래 되었다.
시화호는 어디로 갈 것인가? 시화호는 호수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계획을 다루는 정책, 전문가들이 좀 먼 차원의 장래를 바라 볼 수는 없을까? 시화호의 수변가를 떠나서 한 5000미터의 상공에서 시화호를 바라보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바라 볼 수 있는 높이에서 말이다. 한강의 물줄기 이외에는 제대로 된 ‘호수’가 있는가? 좀 평탄하다는 지역은 이미 아파트군으로 꽉 차있고, 바람도 제대로 지나갈 수 없는 건물 벽으로 둘러 싸여있다. 진흙탕 물 속에서 입만 벌려 숨쉬는 물고기들 처럼, 고밀도의 아파트군 속에서 물을 찾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화호는 그 크기가 서울시만큼이나 넓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산재한 섬들과 서해 바다가 연계되어 있다. 잔물결이 춤추는 수변이 있는 호수를 경험할 수 있고 뚝방넘어 넘실대는 높은 물결도 우리 것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우리는 일에 묻혀서 호수가를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지만 머지 않아 주말을 보내고자 하는 인파가 뚝방도로를 메울 것이다.
속히 호수주변에 산업도로와 분리되는 자동차 도로를 신설해야하고 수변가를 산책하기 위한 보행로와 자전거길, 노약자들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수단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물을 경험하기 위한 수상 선박들도 있어야 하고 수상활동에 필요한 제반 시설들이 갖추어 져야 한다. 시화호는 수도권시민들의 편안한 쉼터로서 자리 매김 되어야 한다. 농사짓는 일로 일자리를 만든다거나, 첨단산업으로 직장을 증가시킬 계획이라면, 속히 지방으로 방향을 돌려보자. 지방이 살아나야 수도권이 사는 것이다.
균형발전을 외쳐대면서 여의도의 네 배에 가까운 북측 수변공간을 공장부지로 확장하려 하는 국가계획이나, 남측 해안에 자리잡은 ‘공룡알 화석지’ 문화지구 주변을 도시개발계획 등으로 추진하고 있는 계획들을 다시 한 번 재고하기 바란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이 재원은 지방발전을 위해서 투자해야한다. 균형발전은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이 거대한 수공간에서 뿜어나오는 자연의 에너지를 우리 함께 공유하도록 노력하자.
우리가 시화호의 가치를 인정해 주면, 시화호는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재원과 탈렌트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일에 지쳐 의욕을 상실하기 전에 이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서 활력의 재충전을 시도하도록 해야 한다. 적은 비용을 투자하여 자연도 살리고, 인간들의 심신을 맑게 해주며, 우리 공동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수 있는 이 귀한 선택을 우리 세대에서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시화호는 우리의 진정한 쉼터가 되어야 한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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