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영화 공공의 적 2가 개봉된다고 들었을 때 국민배우 설경구가 나쁜 검찰로 나오는구나, 그러니 검찰이 공공의 적으로 그려지는구나, 그러므로 그 감독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기억에는 저녁 TV뉴스를 통해 들은 듯 한데, '봐야' 할 TV를 '들었'으니 무언가 다른 일에 열중이었을 것이다. 뒤이어 나온 멘트가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많은 검찰이 시사회를 관람했다는 것이었고 그 순간 이제야 검찰이 변하는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영화는 완전히 반대였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거꾸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 데는 결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머릿속의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검찰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만하게 들려 온 몇몇 단어만으로 검찰이 바로 공공의 적이라는 결과를 만든 것이었다. 물론 개인의 경험적 전제가 만들어 낸 오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단한 화석을 가진 국민이 얼마나 될지 기소권 독점의 바쁜 일정에도 우르르 극장으로 몰려 간 검찰들이 과연 헤아리기나 했을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공판중심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발표를 앞두고 검찰의 움직임이 매우 조직적이고 신속하다. 반민주와 독재정치로 점철된 현대사에서 한 번도 권력의 중심을 벗어나 본 일이 없는 검찰의 숨은 저력이 저런 기민함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새삼 생각해 본다. 권력이 해체되고 탈권위주의조차 이미 구태한 개념이 되어가는 때에 언제까지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 할 것인가. 검찰은 사개추위의 안을 정치적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영화로 시작했으니 영화 얘기로 끝을 맺자면, 설경구가 정준호의 오른팔인 엄태웅을 잡아다가 매점에서 신문하는 장면에서 화면 좌측 아래쪽을 보면 스텝의 발이 까딱까딱하다가 사라진다. 그것이 오히려 감독의 패러독스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강우석 감독님.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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