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의 세계일주는 마젤란의 함대가 했고 마젤란은 필리핀에서 원주민과의 사소한 충돌 때문에 죽었다고 알려져 왔다. 그래서 탐험가 마젤란이 죽지말고 살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마젤란의 세계일주는 그런 낭만적인 의도에서 시작된것이 아니었다.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때였다. 스페인은 당시 이미 인도로 가는 항로를 장악한 포르투갈에 밀려 아메리카 대륙쪽으로 방향을 틀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나마 발견한 신대륙이 아메리카 대륙이 아니라는것을 알게됐다. 마젤란의 원래 목적은 식민지와 향료를 얻는 것이었다. 마젤란은 투자받은 5척의 배를 가지고 아메리카 남단을 돌았다. 그런데 그만 북쪽으로 잘못 길을 들어 필리핀의 세부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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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젤란은 이곳을 스페인영토라고 선언하고 원주민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켰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불행하게도 그는 스페인 군대의 힘을 새로 개종한 원주민들에게 과시하고자 근처 막딴 섬을 공격하는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자 의혹을 품게 된 세부섬의 추장인 라뿌-라뿌는 마젤란을 죽여버렸다. 그래서 부랴부랴 도망을 간 그의 부하들은 향료를 싣고는 3년만인 1522년에 한척만이 스페인으로 귀환한다.

필리핀은 7천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중앙통치가 힘들다. 그래서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주의자들은 이들 지역토호인 ‘다뚜’에게 위임통치를 시키고 이들 사이에서 혼혈인들을 낳았다. 이들 40개 가문이 현재 토지를 포함하여 필리핀의 부를 90%이상 차지하고 지배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필리핀은 상류와 하류의 2계급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통치자의 중심슬로건은 토지개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 주요가문 출신이었다. 마르코스가 처음으로 이에 속하지 않았을 뿐이다. 개혁의 기수 막사이사이마저도 토지개혁을 단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기 독립 후 일본다음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던 필리핀은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필리핀은 아로요 대통령의 퇴진문제로 극심한 갈등에 휩싸여 있다. 역시 이 주요가문 출신인 아로요는 집권초기 자신의 재산까지 내놓겠다고 공언하면서 개혁의 의지를 표명했고 자신의 이력을 내세우면서 경제성장까지 약속했다. 하지만 그 역시 토지개혁은 손도 못대고 말았다. 더구나 친족의 부정비리까지 드러나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게 되었다. 아마도 아로요도 또다시 과거 지도자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극적인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나 끊기게 될까. 그리고 요즘 토지문제가 심각한 우리에게는 강 건너 이야기가 아니다.

*이글은 시민의 신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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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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