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복지관은 작년부터 노동부와 연계하여 ‘근로의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의욕증진 프로그램이란 장기실직 및 빈곤으로 근로의욕 및 자활의지․성취동기 등이 저하된, 그러나 근로능력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아정체감 증진을 통한 자신감회복과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직업활동에 참여하도록 돕고, 사회적응력을 향상시켜 자활․자립의지를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둔 프로그램이다.
매달 새로운 그룹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초기 부분에 이분들과 만남을 갖는다. 안산시뿐만 아니라 가끔 인근 시에서도 오시는 이 분들에게 기관장으로써 환영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실은 세상살이에 지친 이 분들에게 아주 작으나마 관심과 용기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러나 사실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내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짧고 간결한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책으로 이 분들에게 다가선다. 사실 이 책에 나와 있는 글을 내가 처음 접한 것은 몇 해 전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당시 이 글은 ‘유리병 속의 편지’처럼 e메일이라는 국경 없는 통신수단을 타고 전 세계를 떠돌다 나의 손에까지 들어오게 됐다. 그러다 지금은 책이 되어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 책에서는 지금 세계에는 63억의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것을 100명이라고 생각해보자고 하면서 기하학적인 숫자를 가늠할 수 있는 숫자로 바꾸어 세계를 단순화 시킴으로써 그 안에서 나 자신을 확인하고, 그래도 내가 아직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깨우치게 한다.
책은 말한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이 마을의 모든 부 가운데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미국 사람이다.
또 74명이 39%를 차지하고 있고 겨우 2%만 20명이 나눠가졌다.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있고 80명이 20%를 나누어 쓰고 있다.
75명은 먹을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없다.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자가용을 소유한 자는 100명중 7명 안에 드는 사람이다.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으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한다.
만일 당신이 어떤 괴롭힘이나 체포와 고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48명보다 축복받았다.
만약 당신이 공습이나 폭격, 지뢰로 인한 살육과 무장단체의 강간이나 납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은 20명보다 축복받았다.’
이 글을 그림과 함께 나눈 다음에 나는 참여자분들과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다행히도 참여자분들은 자신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그래도 자신이 행복한 사람임을 느낀다. 그동안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의 고마움을 느낀다. 나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래도 살아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공기의 고마움을, 공기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고마움을, 사계절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마움을, 자녀가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가정이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배우자가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공감한다.
여름날 풀밭에서 우리는 네잎 클로바를 찾기 위해 세잎 클로바 사이를 열심히 헤치며 다닌다. 네잎 클로바의 꽃말은 ‘행운’, 세잎 클로바의 꽃말은 ‘행복’. 주변에 늘 함께하고 있는 행복을 알아보지 못한 채 행운만을 찾으려는 바쁜 삶. 그 행복을 알아보기만 해도 행복이 가슴을 풍덩 적셔줄텐데...
이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오히려 많은 힘을 얻는다. 이 분들과 나눔을 가지면서 의․식․주 걱정 안하고, 세상살이 걱정 안하고 오로지 기도와 봉사만을 위해서 전념할 수 있는 내가 얼마나 축복받았나 하고... 새벽에 일어나 기도실에 편히 앉아 하느님을 묵상하는 시간이 어쩌면 luxury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 이 많은 축복을 어이하나’라는 생각마저 들면서 황송해진다.
귀한 만남을 가지고 저녁에 수녀원으로 돌아가면 기도 중에 그분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그분들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하루 빨리 근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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