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찾아 뵙게 된 이유는 갑자기 꼬리뼈 근처에 욕창이 생겼는데 이것이 관리를 잘 하려고 하여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하게 되어 진료의뢰를 요청받은 것입니다. 함께 일하는 재가 케어팀 간호사, 도우미와 함께 방문을 하니 많이 마르신 할머니 한분이 힘든 얼굴을 하시고 누워계셨습니다.
집안은 깨끗이 정돈된 상태이고 아늑한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낮에는 가족들이 직장을 나가기 때문에 모 노인회관에서 간병도우미들 두분(이분들도 노인이어서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이 이분을 돌보고 계셨습니다.
일단 진료팀은 욕창이 있다는 할머니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기본적인 활력징후(혈압, 맥박, 체온 등)를 측정해 보았습니다. 이후 욕창부위를 살펴보았습니다. 꼬리뼈와 골반뼈의 일부분까지 보일 정도로 심해진 상태였습니다.
대개 욕창은 뇌졸중(소위 ‘중풍’)이나 척추나 대퇴부 골절등의 움직임에 장애를 주는 질병이 생겼을 때 누워계신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눌리는 부위가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대개 바로 누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꼬리뼈 부근에 잘 생기고, 발목의 복숭아뼈에도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욕창이 발생하면 누워있는 몸의 위치를 자주 변경시켜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공기나 물침대 등을 사용하여 도움을 받으면서 2차적인 세균감염을 방지하면 좋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분은 이러한 방법들을 사용하였는데도 잘 좋아지지를 않았습니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욕창을 악화시키는 다른 질병이 있거나 전반적인 영양상태가 점점 더 안좋기 때문일 수 있다고 판단하여서 관련된 검사를 한 결과 환자 몸속의 총단백이나 알부민 등이 감소하는 영양상태의 악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치료를 하면서 10년 이상을 줄곧 누워있는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굳은 관절로 인하여 환자는 너무나도 큰 통증을 호소하였습니다.
가족들이 애정을 가지고 돌보는 것 같은데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병든 부모님의 병수발을 하면서 가계를 잘 돌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환자는 초기에 가사나 간병을 돌보는 사람이 관절운동도 열심히 해주고, 식생활에 대한 지지도 잘 해주어야 그나마 건강을 악화시키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비용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지요.
진료실에 있다 보면 노인 환자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몇 달 동안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서 심혈관이나 뇌혈관 질환 또는 골절등의 사고를 당하여 오랫동안 입원을 하셔서 그동안 내원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어떠한 경우든 간에 이러한 사고를 당하게 되면 입원 후 회복이 되어서 퇴원을 하시게 되어도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게 되거나 다행히 후유증이 없더라도 이전에 비하여 건강의 급격한 저하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하게 일상생활에서의 도움을 받거나 심적인 지지를 받게 되는 경우 적절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퇴원 후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면 자리보전을 하거나 치매등의 상태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문 진료 일정 중에서 간혹 주간보호센터나 시설에 있는 노인 분들을 진료하기 위해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간보호센터에 오시는 분들은 그래도 낮 동안에 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생활과 심신의 지지를 받게 되고, 밤에는 가족의 지지를 받으면서 적절한 유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설에 있는 분들을 보게 되면 이미 치매가 오거나 몸을 스스로가 운신하기가 힘들어서 모든 것을 시설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도움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생활하는 것과 시설에서 있는 것은 삶의 질에 있어서 정말로 천양지차인 것 같습니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설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에는 적극적인 찬성을 합니다. 그리고 현재 지원이 열악한 시설이나 센터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과 함께 늘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미리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 일상생활을 하시는 데 불편한 곳이 있는 분들,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입원을 하시거나 와병상태에 계신 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일상생활(식생활과 운동, 물리치료 등)을 하시는데 필요한 도움을 드리고, 심적인 지지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인과 장애가 있는 분들의 간병, 수발, 간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공적으로 만들려고 하던 제도가 이번에 ‘노인수발보장법률’이라는 입법예고안으로 가시화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노인수발보장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세부내용을 잘 규정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수급자는 무료로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상위 계층을 언급하여 감면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운영할 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입니다.
차상위 계층에 대한 감면규정이 좀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에 대한 충분한 계획과 실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노년을 존중받고 사랑받으면서 사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
나의 아버지와 어머님들이 이렇게 산다면 이 사회에서 나 역시 좋은 몫을 다하려고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평하게 적절한 서비스를 하려면 적어도 국가와 지자체에서 시설을 만드는데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좋은 인력을 배양하려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산이 적어도 우리에게서 나오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의 참여가 부모세대의 좋은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고 곧 우리의 미래를 잘 여는 길입니다.
안산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부설 새안산의원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 재 광 올림.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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