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농사가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다는 것이다. 모든 농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지구의 사막화를 촉진하는 농사도 있다. 밀농사와 목축이 대표적이다.
빵과 고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밀은 겨울이 다습한 환경에서 잘 된다. 반면 여름이 건조하면 쌀농사는 안된다. 쌀을 비롯한 여름 작물들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서 단백질 공급원은 고기이다. 여름이 건조하여 목초지가 발달하므로 목축이 잘된다.
고기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의 7배나 되는 식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축들이 먹어대는 목초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밀과 가축에 상대적인 농사는 벼와 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벼와 콩은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 파수꾼이다. 벼를 재배하는 논의 담수량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남한 전체 논의 담수량을 합치면 소양강 댐의 8배나 된다는 말이 있다. 담수량이 많으면 빗물을 잘 가두어 지표수가 늘고 지표수가 늘면 지하수가 풍부해진다.
지표수를 잘 가두면 흙과 거름의 유실을 막고 결국은 산림과 녹지를 잘 보존할 수 있게 된다.
벼농사 지역에서는 목축을 하기 힘들다. 목초지가 광범하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자란 단백질은 콩으로 보충한다. 벼는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반면 콩은 흙을 비옥하게 해준다.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흙에 거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콩은 흙을 지켜주고 결과적으로 녹지를 지켜주어 벼에 못지않게 사막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밀과 목축을 했던 곳은 사막이 되었다. 이집트 문명 발상지 나일강,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상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이 그것이다. 최근엔 중국 문명의 발상지인 황하 상류 지역의 사막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이렇듯 밀, 목축과 벼, 콩농사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현대 서양문명이 밀, 목축 문화에서 나왔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똥을 혐오하는 서양문화 기저에는 밀과 목축이 있다. 목축으로 주된 단백질을 얻으니 거름이 절실하지 않다. 오히려 목축으로 생기는 많은 양의 똥이 처치곤란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똥을 거름으로 만들 여유는 더 없다. 100년전까지만 해도 서양 도시의 길거리에 인분이 넘쳐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벼와 콩을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에서 똥은 아주 귀한 농자재다. 인분이든 축분이든 항상 모자랐다. 개의 오줌 묻은 흙도 퍼다 거름으로 썼다. 대처(도시) 근교는 똥이 많아 농사가 잘되었다. 서양처럼 길거리에 똥이 넘쳐날 여유가 없었다. 가축도 고기보다는 농사가 목적이었다. 소는 쟁기로 땅을 갈게 하고, 돼지는 음식물찌꺼기와 농사부산물을 먹여 거름을 만드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이런 가축은 서양의 대량 목축과 달라 사막화를 막는 데 기여를 한다.
이쯤 되면 똥이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다는 말이 그리 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지당한 말은 아닐까?
최영석 기자 news@wooriansan.net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