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안산시 외국인복지지원과로 칠순을 넘긴 듯한 노인들이 찾아왔다. 서울 약수동 소재 교회의 은퇴 장로들의 모임인 ‘보봉’(대표 최정용)에서 안산의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해 무료쉼터를 마련해 줄 목적으로 시를 찾아온 것이다.
원곡동 주변의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필리핀 유학생으로 안산에 와 있는 William Palma(30세)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윌리엄은 외국인근로자의 이야기를 시로 적어 안산시 소식지인 ‘굿모닝안산’에 게재할 정도로 안산의 시민과 외국인근로자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3년 전 한국에 온 윌리엄은 그의 학비를 벌기 위해 처 아이리시(25세)마저 안산의 시화공단에 취업차 입국하게 되어 필리핀에는 5살, 3살된 아이들만 처가에 남겨둔 가장이다.
2005년 6월, 안산시는 반월 시화공단의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단원구 원곡동에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시에서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본격적인 업무를 준비할 무렵, 친구 면회차 화성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한 윌리엄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학교 방학동안 안산시 외국인복지지원과 직원들에게 아침 근무시간 전 한시간씩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또한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각종 시책 수립시 자문역할은 물론 외국인근로자 설문지 작성, 번역 등 바쁜 학교생활 틈틈이 한국에 있는 외국인근로자와 안산시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윌리엄이 2월 20일 비자가 만료되어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와, 한국에 와서 셋째아이를 임신한 처가 직장을 그만 두게 되어 필리핀으로 돌아갈 경비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보봉’ 회원들이 윌리엄에게 귀국경비에 보태라고 현금 5십만원을 선뜻 전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윌리엄의 고향인 필리핀의 생활이 어려운 고등학생 3명을 선발하여 앞으로 그들의 학비 전액과 교통비, 식비 등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무료쉼터를 운영하고자 하는 이들의 당초 계획은 매주 안산에서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의 외국인근로자들과 접촉하며 차질없이 진행중이다.
한국에서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한 물음에 서슴없이 “친절한 사람들”을 말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윌리엄에게 ‘보봉회’의 최정용장로는 ‘그저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 뿐’이라며 손사레를 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이들의 친절과 훈훈한 인정은 한국에 온 많은 외국인근로자와 그들의 고국에 전해질 것이다.
“This country deserves a great praise from us
Sarang Hamnida for blessing all of us
이 나라는 충분히 칭찬할 만한 가치를 지녔다네.
이들이 우리에게 "사랑합니다"라는 축복을 하고 있는 한....“
윌리엄 팔마의 The Korea's Migrants 중에서
최영석 기자 khw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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