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처럼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즐기는 일상적인 거리 공연문화를 안산에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왠 낯익은 노래들이 흘러나오나 싶어 성포 예술광장을 찾은 2일 오후. '얼굴없는 가수들'에게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노래 부르는 이나 듣는 이나 모두가 행복한 공연이다.

구문회(37). 안산1대학 기획실에 근무하는 그는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마다 기타를 둘러메고 마이크를 잡는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한 일이니 소리소문 없이 벌써 1년째다.

“편하게 모두 함께 즐기는 열린 노래공간이 왜 없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학교에 건의해서 ‘안산1대학과 안산시민이 함께하는 한마음 콘서트’를 시작했죠”

‘전업가수’가 아닌터에, 주말마다 노래하는게 쉽진 않지만 노래가 좋아 시작한 일이니, 노래는 그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대학졸업 후 잠시 접었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다시 찾았으니 그렇다. 대학생 시절 라이브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하며 학비를 벌었던 경험이 있지만 거리에서 ‘지나가는 관객’을 상대로 한 공연을 결심하기까지엔 친구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

“좋은 일이니 함께하자”는 말에 라이브카페를 운영중인 고교친구 이병근(37)씨가 선뜻 손을 맞잡았다. 친구 소개로 알게된 ‘언더’에서 노래 부르는 한종면(40)씨도 흔쾌히 나섰다. 고교단짝 구-이씨는 ‘남성듀엣’으로, 가수 박상민을 쏙 빼닮은 한씨는 최지아(37)씨와 ‘미녀와 야수’ 듀엣으로 무대에 오른다.

비록 ‘무명가수’지만 이들의 다양한 레퍼토리와 깔끔한 무대매너에 관객들은 공연 3시간여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남진의 둥지, 박상민의 해바라기, SG워너비의 살다가 등등 뽕짝과 발라드, 올드팝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7080세대’는 물론 요즘 청소년의 감성까지 넘나든다. 즉석에서 들려주는 신청곡 서비스도 인기 만점이다.
자연스레 ‘열혈 팬‘도 생겼다. 이들과는 수시로 문자메시지로 공연일정 등을 교감한다.
주로 토요일마다 일동 조각공원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해왔지만 2일에 이어 16일 일요일엔 오후 5시부터 노적봉 폭포공원에서 멋진 여름밤 야외공연을 선보인다. 1년여 동안 해온 이 공연이 안산시로부터 ‘찾아가는 문화예술활동’ 사업에 뽑힌 결과다.

“야외공연은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을 같이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할겁니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와서 즐기세요”

구-이씨, 한-최씨 듀엣은 16일 공연이 끝나면 23일 토요일을 시작으로 오는 10월까지 매달 첫째, 셋째주 토요일마다 일동 조각공원 야외무대 등지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열린 노래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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