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시의회 경제사회위원회가 안건을 심의하면서 특목고(외국어고) 건축비 지원을 위한 교육경비보조개정조례안을 계류조치 하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관련부서 이모 국장이 시의회 결정을 질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것을 두고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특목고 개정조례안 의결여부를 지켜보던 이모 국장은 이날 경사위가 조례개정 문제를 계류키로 결정하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례를 통과시켜 주지도 않을 거면서 바쁜 사람을 왜 오라가라 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관련 조례안 개정을 추진해온 관련부서 고위 공무원으로서 시의회가 부정적 입장을 낸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즉흥적으로 내뱉은 것이다.
순간 이를 지켜본 시의원들은 “시의회를 어찌 보길래…”“시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다”“시의회의 판단은 필요없다는 식의 일방적 행정행태의 관료자세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시의원들의 이같은 격앙된 태도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22일 열린 본회의에서 김교환 의원은 “시의회는 조례를 제정하는 독립적인 주민대표 기관이다. 시의회를 바라보는 공무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시장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이모 국장의 ‘언행’을 성토했다.
정승현 의원도 “향후 원만한 의사진행과 시정추진을 위해선 (시의회에 대한 집행부의 잘못된 태도에 대해) 시장의 사과가 필요하다. 집행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연이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가 커지자 부시장이 나서 “관련 국장의 언행으로 의회가 집행부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된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 심기일전해 공생공존의 시정을 펴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질지는 의문이다.
시의회를 들여다보면 4기 민선시대 이후 집행부 태도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어 냉기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시의원들의 시정질문에 시장의 답변태도는 그동안 불성실한 자세가 많았다. 공무원 역시 시의회를 경시하는 분위기가 적지않다. 이모 국장의 ‘돌출발언’은 이에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도화선’이 된 것 뿐이다”는 한 시의원의 ‘강경한 질타’는 이와같은 맥락이다.
특히 민선4기 들어 집행부가 시의회와 사전 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조율하지 않고 중요사안들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데 따른 격한 감정도 의원 사이에 적지않다.
시가 지난해 말 실업축구단인 할렐루야와 연고지 협약을 맺으면서 시의회와는 이렇다할 의견조율이 없었던 것이나 80억원이나 되는 시 예산을 외국어고 건축비로 지원하는 문제를 면밀한 타당성 검증없이 관련 조례안 개정을 추진해 외고 설립의 책임을 결국 시의회에 ‘정치적으로’ 떠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불만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시의회와 집행부가 고유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파트너쉽’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돌출언행이나 찬반입장에 따라 편가름을 하는 이른바 ‘편가르기식 잣대’로는 올바른 시정과 의정을 펼수 없는 까닭이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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