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눈멀고 귀멀어 당신 떠나시려 함에야 새벽이슬 같은 당신 사랑 알게 되다니요. 제가 자식을 다 키우고 나서야 이토록 가슴 절이는 옹알이 하다니요…”

세밑 20일 선부동 가얏고부페. 10여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애절하게 써내려간 한 통의 편지글에 나지막한 참회의 눈물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초지동(동장 채수정)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서성학)는 이날 관내에서 어렵게 혼자 생활하는 만 70세 이상 어르신 30여명을 초청해 조촐하지만 정성 가득한 ‘합동 생신잔치’를 열어 세밑 ‘사랑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중인 김현태(52)씨가 ‘어머니’를 그리며 쓴 편지를 직접 낭독하는 순간 행사장엔 숙연함이 흘렀다. 부모 섬기기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돌이켜 ‘불효’를 반성하고, 어르신에 대한 공경의 마음가짐을 저마다 가슴에 맺힌 눈물에 새겼다.

초지동은 생신잔치에 모신 홀몸어르신들에게 쌀(20kg)과 겨울용 속내의, 생활필수품 등도 함께 전달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주민자치위원들은 기금을 모으는데 십시일반 정성을 보탰다. 초지동에서 주민자치프로그램으로 민요장구를 배우고 있는 주민들은 ‘창부타령’ 등 흥겨운 공연으로 생신잔치 분위기를 돋았다.

앞서 초지동은 지난달 1일 홀몸어르신 18명의 영정사진을 무료로 촬영했는데 이날 이들 어르신들에게 영정사진을 전달했다.

서성학 주민자치위원장은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생일을 맞을 때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며 “훈훈한 정과 사랑의 가슴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기 위해 합동 생일잔치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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