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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의 시화호 남측간척지에서는 지난 2월 27일부터 해충 방제를 위해 갈대밭을 태우고 있다.
간척지 주변 농경지에는 3년전부터 흑다리긴노린재가 대량 발생하여 벼를 비롯한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흑다리긴노린재는 봄과 여름에는 간척지에서 자라는 갈대, 산졸풀과 띠풀을 기주식물로 번식하고 가을에는 논에 침입하여 벼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지역농민과 시민단체에서는 노린재가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된 갈대밭의 일부인 약 30만평의 초지를 태울 예정이다. 흑다리긴노린재의 발생지역인 갈대밭을 태움으로서 농민들은 농작물 피해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화 간척지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서 갈대를 비롯한 초본류가 넓게 자라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광활한 초지에는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아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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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갈대를 태우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에서는 갈대를 태우는 것이 생태계가 살아나기 시작하는 시화호를 망치는 행위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시화호 간척지와 같이 갈대가 너무 번성하게 자라는 지역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갈대와 같은 초본류는 씨앗을 맺고 나면 지상부가 고사해버린다. 몇 년동안 자라서 말라버린 갈대의 잔해가 높이 쌓이면 동물들의 이동을 어렵게 한다. 또한 그늘이 져서 새로운 식물의 싹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그리고 식물 잔해가 분해되면서 주변 습지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도 된다.
초원지역과 습지에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개선하고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이 식물의 잔해를 인위적으로 태워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더 좋게 유지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내는 불을 계획소각이라고 한다.
초지는 자연상태에서 식물천이가 진행되면서 숲으로 변한다. 초지의 천이를 방해하는 것은 번개 등에 의한 자연적인 발화와 인위적인 방화에 의해서다. 초지에 불이나게 되면 식물의 지상부는 타 버리지만 흙속의 지하부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초지에 침입하는 나무는 타 버리지만 땅속 깊이 뿌리줄기를 이어가는 갈대와 같은 다년생 초본은 경쟁자가 없어져서 더욱 번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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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생 초본의 경우에도 땅바닥에 떨어진 풀씨는 불이 나더라도 토양 표면의 온도는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더구나 그늘을 만드는 식물 잔해가 없어지기 때문에 봄에 더 많은 싹이 난다. 이렇게 형성된 초지에는 맛있고 영양가 있는 풀을 먹기 위해 초식동물들이 더 많이 모여든다.
시화호 간척지 초지에 살고 있는 대표적인 동물은 고라니, 너구리, 멧토끼 등의 포유류와 꿩, 종다리, 개개비, 개개비사촌 등의 조류이다. 오래된 식물잔해를 태워 줌으로서 영양분이 많은 새로운 싹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식물의 다양성을 높이게 된다. 이와 같이 개선된 초지는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된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소각을 할 때에는 상세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갈대 태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여 실시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고려한 것이 시기의 선택이다. 마른 풀이 쌓여 있는 갈대밭도 겨울 혹한기에는 야생동물의 피난처로서 중요하다. 그리고 봄이 되면 초지성 조류의 번식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겨울을 피하고 조류의 번식기가 시작되기 전인 정월 대보름 전후의 시기를 가장 적당한 시기로 판단하였다.
다음으로는 태울 지역의 선정이다. 한 지역의 초지를 한꺼번에 모두 태우면 야생동물의 피난처를 뺏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외국의 자연보호구역에서 계획소각을 실시할 경우에는 전체면적을 3등분해서 매년 1/3 미만을 순차적으로 태우고 있다. 시화호에서는 전체면적의 2% 미만의 갈대밭을 실험적으로 태우기로 하였다.
계획소각에 의해서 수질오염이 발생하는 것도 고려하였다. 초지를 소각하고 남은 재는 전체의 아주 일부분이기 때문에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급경사지에서는 토양의 침식에 의해서 오염물질이 물로 유입되기 때문에 급경사지와 수로 부근의 초지는 대상지역에서 제외하였다.
초지를 태우게 되면 그 안에 살고 있던 동물들은 스스로 불을 피해서 안전하게 도망친다. 간혹 불길이 사방에서 번져오면 포위되어 갇힐 수도 있다. 그래서 불을 낼 때에는 야생동물들이 도망 갈 수 있도록 한쪽 방향에서만 불을 놓아 야생동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시화호에서의 갈대 태우기 행사는 일차적으로 노린재 방제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초지 생태계를 유지하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개선하기 위한 관리방안으로서 계획소각의 유용성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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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남측간척지가 개발되더라도 480만평에 달하는 공룡알 화석지 천연기념물 지역과, 시화호 호변으로부터 일정 지역은 자연상태의 초지로 남겨질 예정이다. 이번 갈대태우기를 시행한 지역에서는 초지의 재생능력과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조사할 예정이다. 그리고 계획소각의 유용성이 확인이 되면 시화호의 생태계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방안으로서 매년 적용하게 될 것이다.
위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공동 기재되었습니다.
최영석 기자 news@woorian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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