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구 성곡동 710-6번지 옛 노동복지회관에 위치해 있는 안산시 장애인 재활작업장(대표 이철수)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보금자리’다.
일반 사업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도 이곳에서는 당당한 ‘직장인’으로서 삶의 희망을 지핀다. 함께 몸을 부대끼며 ‘홀로서기’를 위해 땀방울을 흘리는 장애인들에 대해 좀더 따뜻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 일하는데 불편없는 편의시설 갖춰
안산시 장애인 재활작업장이 새롭게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13일. 성곡동 소재 옛 노동복지회관을 리모델링해 개장했다. 부지면적 607평에 건축면적 678평, 지하 1층 지상4층 규모다. 내부 시설은 몸을 움직이는데 불편함에 없도록 ‘근로자’들을 고려해 꾸몄다. 장애인용 승강기, 남녀 샤워실, 식당, 비상 대피시설 등 장애인들이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작업장 앞마당에 있는 넓은 주차장은 대형화물차가 물품하역을 하기에 충분하고 30여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일반 사업장에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이들의 재활자립을 지원하다는 취지에서다.

리프트를 장착한 중증 장애인용 34인승 버스가 ‘근로자’들의 출퇴근을 돕고 있고 건물내엔 물품을 옮길 수 있는 화물용 승강기도 설치돼 있다.

■ 꼼꼼한 일처리 …‘홀로서기’ 땀방울
재활작업장 1, 2층에 위치한 보호작업장에서는 20여명의 지체장애인들이 기업체 하청을 받아 제품포장, 테이프 부착 등의 일을 한다. 꼼꼼한 일처리 탓에 (주)한국와이퍼와 (주)삼신화학공업은 이곳에 수년째 하청을 맡기고 있는 단골 거래처. 지난 97년 2월 처음 문을 열었으니 지체장애인들의 일터 ‘보호작업장’의 연혁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3층엔 신체장애인들의 ‘희망 일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주로 구두나 운동화, 축구화 등 각종 신발을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다. 일반 현수막이나 인쇄물도 직접 기획~납품까지 손색없이 처리한다. 관공서나 기업체, 사회·종교단체 등이 주요 거래처.

시각장애인들은 자동차 스페어타이어 커버를 생산하는 ‘살터 작업장’을 운영중이고 컴퓨터 수리, 레이저 토너 리필, 프린트용 잉크 충전 등의 능력이 뒤처지지 않는 이들은 ‘IT 재활작업장’을 꾸려가고 있다. 농아인 작업장에선 청각장애인들이 연마용 샌딩 블록을 생산중이고 중증장애인직업훈련센터인 ‘함께하는 사람들’은 홀로서기가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들의 직업교육과 취업을 돕고 있다.

■ “믿고 ‘일감’ 맡기는 기업체 늘었으면”
하지만 현재 이곳 재활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겨우 40여명에 그치고 있다. 일이 서투르거나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순전히 ‘일감’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보통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데 비록 넉넉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일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이들 장애인들에겐 삶을 지탱해주는 희망의 끈이자 버팀목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냉랭한 눈길은 몸이 불편한 것 이상의 ‘고통’이다. 무엇보다 “장애인이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나?”, “장애인이 만든 물건은 어딘가 하자가 있을 것이다” 등등 그릇된 편견을 대할 때면 송곳같은 절망감이 가슴을 후빈다.

그래서일까. 매일 이곳저곳 발품을 팔며 설득에 나서도 ‘일감’을 선뜻 맡기는 기업체가 적은 게 가장 큰 아쉬움이다. 그렇다고 포기란 없다. 장애인 재활작업장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김재활씨는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일’을 하는 것이다. 믿고 맡기는 기업체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비장애인 근로자에 견줘 절대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재활작업장은 하청을 맡기는 기업체가 늘어나면 현재 40여명 수준인 근로자를 80~100여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안산시 장애인 재활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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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이철수 대표

“일하는 속도에 있어서는 비장애인에 비해 조금 늦을 수 있지만 일이 손에 익숙해지면 이는 문제될 게 없습니다. 또 언제든 일손을 충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제 때 납품이 지연되는 경우도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안산시 장애인 재활작업장 이철수 대표(사진)는 장애인 근로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단호한 어투로 잘못을 꼬집는다. 일을 하는데 있어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견줘 더 꼼꼼하고 능률적이라는 자신감이 넘친다.

인건비 고민에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사업장을 볼 때면 가슴 더 아프다. “임금을 줄이겠다며 중국 등으로 이전하는 업체들은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수준의 ‘일감’이라면 장애인 근로자가 훨씬 경쟁력이 있거든요”

그래도 못 미더워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더욱 단호하다. “일단 재활작업장을 먼저 방문해 줬으면 합니다.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선입견이 확 사라질겁니다”
장애인 재활작업장은 일감을 찾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감을 맡기는 기업체에도 이익이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연계고용’이라는 간접 고용방식을 이용하면 부담금의 70%를 감면받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즉 재활작업장과 ‘거래’하는 기업체는 장애인을 의무범위까지 직접 고용하지 않더라도 그에따른 부담금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재활작업장은 고용불안을 고민하는 기업체엔 안정적인 일손을 공급해 주고, 장애인들에겐 건강한 일터에서 자립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효과를 동시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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