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4월 5일 오후 3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때 마침 봄비가 내리는 안산 시청 앞 네거리를 차에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우측에 있는 안산 시청에서 달려 나오던 택시가 내 차를 보지 못하고 진행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내차의 옆구리를 받은 대형 사고를 당했다.
그 때 당한 부상 중의 하나로 눈의 망막이 뚫어져 눈 수술을 3번이나 받았으나 그 후유증으로 시력이 감퇴되고 시야(視野)가 좁아져 좌, 우측 달려오는 차량이나 사람이 가까이 다가 와서야 시야 속에 불쑥 나타나곤 하는 것이다. 또한 책이나 글씨를 보려면 10센티미터 이내의 거리로 바짝 눈을 갖다 대고 보아야 3~4개의 글자가 겨우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파노라마처럼 글씨를 따라 눈을 돌려 가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3~4미터만 떨어지면 사람의 윤곽이 보이지를 않고 형체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밥상을 마주하고도 조금 떨어져 앉은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을 구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집 밖에서 만난 며느리가 인사를 했는데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하고 정중하게 답례를 해서 며느리를 황당하게 만들었던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만 했고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닥치느냐?”고 가슴을 치며 자학도 해보았다.
그러다가 “어차피 당한 일,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살아보자”고 스스로를 달래며 결심했다. 그렇게 살아가다보니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겨서 어느 정도 느낌(感)을 가지고 생활을 해왔다. 어느 면에서는 「장애자」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해서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이기에 정상인처럼 행동하려고 애를 써왔다. 그러다보니 생각지도 않던 많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상대방은 반갑다고 인사를 했는데 그것을 못 알아본 내가 답례를 못했을 때.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없었고, “거만하다”는 말을 들을 때,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부족한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실감 하는 것이다. 4월 21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흔히 선진국에 대한 기준을 이야기 할 때, 그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는가? 하는 것으로 평가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난날 스페인을 여행 했을 때 장애인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 사회에서는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많은 배려를 해 주기 때문에 가족들과 어울려 외출을 하는 장애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시설은 장애인을 고려하거나 배려한 시설들이 많았고, 장애인을 돕고 위로해주는 정경들이 인상 깊었으며 그래서 그런지 장애인들은 밝은 얼굴로 정상인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매스컴의 보도에 의하면 요즘 어느 업체에서는 고용하지도 않은 장애인을 고용한 것처럼 속여 국가에서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업체에 지급하는 보상금을 무려 17억원이나 때먹었다는 소식이다. 반면 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 증」만을 빌려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장애인용 의료 장비를 판매하는 어느 업체에서는 얼마간의 할인을 해주는 양 속여 장애인들에게 판매하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많은 보조금을 장애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착복했다는 씁쓸하기 짝이 없는 소식이다. 이래, 저래 우리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냉대 받으며 이리속고, 저리속고, 하는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년에 한번, 형식적인 행사로 끝나는 ‘장애인의 날’이 과연 우리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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