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서울 근교에도 제법 규모가 큰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들 부러워했다.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의미를 K씨의 경우와 같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 혹은 ‘얼마나 높은 지위에 올랐느냐?’와 같이 아무나 잡기 어려운 무지개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성공」이란 단어의 뜻은 “부(富)와 명예, 사회적인 지위를 얻었다”는 뜻과 함께 “자기가 목적한 바를 이루거나 뜻을 이룬다.”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이 다음에 자라서 변호사, 의사, 배우나 가수, 체육인, 선생님, 학자, 성직자 등 수많은 직종 중에서 되겠다고 목적했던 뜻을 이루게 되면 그것이 곧 「성공」이니, 성공은 무지개와 같이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허상(虛像)이 아니라, 뜻을 세우고 정진하면 누구나 이룰 수 있는 실상(實像)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느 날 ‘에세이집’을 출간하기 위해 서류를 정리하다가 뜻밖에도 소중한 글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첫 번째 ‘에세이집’을 출판했을 때 가까운 분들이 마련해 주신 출판기념회에서 아내가 소감을 말하고 나에게 전해준 뜻 깊은 글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당신을 만난 지도 어언 3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네요.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힘겨웠던 세월도 많았지만 당신을 만나서 행복하답니다.
힘들어도 힘들어 하는 기색 없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생활하는 당신을 보면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력 때문에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눈으로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생활하는 당신, 그리고 못 보는 것을 탓 하지 않고 남보다 더 돋보이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늘 당신이 자랑스럽게 여겨집니다. 그리고 늦게나마 이렇게 당신의 이름을 글로 만나게 되어서 더 없이 고맙기만 합니다.
여보, 오래도록 건강 하시고 당신의 그림자 되어 늘 곁에서 지켜볼게요. 다시 한 번 오늘 이 자리를 축하드립니다. 여보! 사랑해요.」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 벅찬 행복감과 함께 “나는 과연 성공한 삶을 살아왔나?”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고 생각된다. 작문(作文)시간이었는데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훌륭한 문학가가 되겠다”고 선생님께 약속을 드린 후 까맣게 잊어버리고 생활에 쫓겨 살다가 63세에 문단에 등단했고 이제 일곱 권 째의 책을 출판하게 되었으니 늦었지만 ‘문학인’으로 성공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고등학교 시절, 언론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중앙지인 H일보에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입사원서를 냈다가 서류심사에서 낙방한 후 한 때 꿈을 접었었으나 문단에 등단한 후 지역신문이지만 A신문에 8년 동안 칼럼을 연재 했으며 이번에 문화체육 관광부에서 인정하는 칼럼니스트로 선정되었으니 이 또한 언론인으로 성공했다고 자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해석해 보니 “꿈 보다 해몽이 좋다”고 그런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목표에 대한 해석을 잘못하다 보면 ‘성공의 의미’가 달라지는 예가 있다. 예를 들면 “K씨가 500억 원 대의재산을 모으기로 목표를 정했는데, 250억 원 밖에 못 벌었다면 K씨의 성공을 절반(1/2)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겨운 가난에서 벗어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富)를 이룬 K씨의 경우는 한마디로 성공했다고 단언해도 좋다. 다만 목표를 세우는데 있어 자기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는 정도보다 조금 낮게 잡는 것이 좋겠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금메달 10개를 목표로 했으나 1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올 때의 그 당당함과 환호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가?
끝으로 목표를 세울 때 유의해야 할 일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 둘째,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셋째, 남을 죽이고 그 위에 군림할 생각은 안 된다. 공존공생(共存共生)해야 한다. 넷째: 어떤 경우라도 결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필가·컬럼니스트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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