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는 요금의 급속한 상승으로 이어지고, 서비스의 질도 저하될 게 뻔하다. ‘공기업 선진화’ 라는 명분에 밀려 사회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서민생활의 부담만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이번 3차 민영화 방안을 두고 일각에서 “힘없는 기관만 손댔다”, “구색 맞추기 개혁이다”고 비판하는 배경이다.
안산도시개발은 신도시 등 4만7천여 세대의 아파트와 사무실에 저렴한 가격으로 냉난방을 공급하는 에너지 공기업이다. 집단주거지에서 안산시를 사업영역으로 하는 ‘독과점 공기업’이기도 하다. 독과점적 사업영역은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공급자가 요금을 대폭 올려도 이를 강제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이윤추구를 최우선 가치로 하는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고려하면 안산도시개발의 경영권이 민간기업에 넘어간 뒤엔 요금체계가 요동칠 것은 자명하다. 민영화의 기본 취지는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성을 바로 잡는 것이고, 국민생활의 기초적 필수품인 가스나 전기 등 에너지 부분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정부 스스로 수차 밝혀온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 민영화로 지역난방을 인수한 GS파워(구 LG파워)가 평촌, 산본, 부천 등지에서 요금을 38.4%나 올렸다가 주민들의 극한 반발에 부딪친 것은 이의 좋은
사례다.
이런 현실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에 시민의 의사에 따라 행정과 정책을 처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 안산시는 뚜렷한 대처방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요금 체계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경영권 확보는 어떻게 해결할지, 대책이나 대안을 고심하는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라서, 이를 정치적으로 판단하려는 태도가 깔린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시민생활과 연관된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자주성을 갖고 독자적 권리를 끌어가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같다. 안산시는 이제라도 안산도시개발 민영화를 위한 정부 부처의 매각 실무단계에서 시민생활 보호를 위한 대안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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