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지천명 곧 하늘의 뜻을 알아 그 인생을 알아야 한다는 나이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문득 소스라치기까지 한다. 하늘의 뜻을 아직도 분명히 알지 못했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요, 어느덧 내가 70을 지났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지금부터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금쪽같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 놀라곤 한다. 시간의 흐름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그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는 무엇을 뜻 하는가 결국 인생은 짧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그 짧은 앞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문제인 것이다. 자고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들 하지만, 그 길다는 예술이라는 것도 짧은 인생을 통하여 창출한 것이고 보면 어차피 짧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의 결의(決意)가 문제되는 게 아닐까 싶다.
무슨 인생철학이나 논하는 얘기처럼 되었지만, 요지는 짧은 인생을 최선을 다해 시간을 아껴가며 살고 싶다는 얘기, 그리고 이런 생각에 대하여 공감을 얻고 싶은 심정뿐이다. 무엇보다 ‘약속 시간을 꼭 지키자는 말부터 하고 싶다. 나에게 주위로부터 ‘마당발’이라는 별명이 주어졌다한다. 발이 넓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여 지는 ‘마당발’이라는 말은 주위 분들이 나를 좋게 평하는 뜻에서 붙여주는 별명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종횡무진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도와 협조를 받으며 살아간다.
물론 주업에 가장 주력하지만, 낼 수 있는 틈만 있으면 많은 분들과 더불어 사귀고 같이 일함으로써 짧은 인생을 폭넓게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마당발이라는 별명이 시사하듯이 이리가고 저리 가는 사통팔달, 여기서 만나는 약속이 끝나면 저기로 가야 하는 약속이 기다리고 있는 날이 많다. 그 약속 시간들을 어김없이 이행해야 내가 뜻하는 삶도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상대편의 인생도 아껴주는 일이 된다.
그래서 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약속 시간을 지키는 일이다.
나는 이것을 나의 철저한 신조를 하고 살뿐만 아니라, 상대방에서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그것에 차질이 생기면 나는 다른 어느 경우보다 화를 내곤 한다. 물론 화를 표면으로 나타내거나 화풀이를 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무튼 약속 시간을 안 지키는 상대방의 행위에 대해서 잔뜩 화가 나는 것만은 숨길 수 없는 일이다. 자 그럼 ‘N. G 인생’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요.
나의 생활주변에서 가끔 당하게 되는 사례를 예전에 있었던 일을 들어 보겠다. 드라마 연습시간엔 출연자들이 다 연습장에 나와야 연습이 되는 것인데 그중에 몇 명 또는 한 명이 나오지 않아서 연습을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은 야외 촬영 나갈 때 더 심각성을 느낀다. 많은 인원과 장비가 동원 되어 출동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단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 모두 학수고대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모두 속이 끊고 애가 타지만, 안 오는 사람은 태평하게 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이해 못할 노릇이다.
그것도 어쩌다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번번히 그러는 삶도 없지 않으니 너도나도 짧은 인생이라는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싶은 것이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드라마를 제작(촬영)할 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배역인물이 틀림없이 등장해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척척 진행돼야 작품이 잘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중에 한 사람이라도 자기가 등장해야할 시간을 맞추어 나오지 않거나, 자기가 맡은 시간에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N.G(No Good의 약자)가 나게 마련이다.
0.1초 때문에 생기는 N. G를 미루어 볼 때 인생의 큰 교훈을 얻는다.
정해진 시각에 자기 역할을 태만을 하면 N. G인생, 즉 노굿(No Good)인생이 되는 것이다. 인생이 N. G가 난다는 말이다. 모두 잘 아는 옛날 얘기 하나 생각해 보자.
어떤 폭군에게 직언을 했기 때문에 그 폭군에게 처형당하게 된 사람 하나가 오매불망 자기 때문에 살아온 자기 어머니를 최후로 뵙고 와서 형을 행하겠노라고 폭군에게 탄원했지만 용납되지 않기에 그의 친구가 대신 인신 담보로 구금당해있고 대신 사형수는 집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올수 있는 탄원 허락을 얻었는데 그 사형수는 되돌아오는 도중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불어 강을 건너는데 시간이 지체되었다.
처형장에선 정한 시간이 되어 잡혀 있는 사람을 사형시키려는 순간, 어머니를 만나러 갔던 사형수가 소리치며 돌아 왔다. 자칫하면 억울하게 죽을뻔 한 친구, 약속 시간을 조금만 넘겼어도, 다른 인생의 목숨을 앗아갈 뻔 했다. 나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 정도까지는 몰라도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곧 다른이와 내 생명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나와 남의 인생을 아끼는 일이 될 것이다.
박규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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