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안병만 과학 기술부 장관을 향해“사(私)교육을 없애는것이 매우중요한데, 교과부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느냐?”면서“새 정권이 출범한지 이제 1년이 넘는다. 사(私)교육 잡는다고 했는데, 국민이 믿고 따를수 있을 만큼 안 돼 있다.
과거에는 없는 사람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었으나 사교육 부담이 커지면서 점점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서민 계층이 체감 할 수 있는 확실한 로드맵을 갖춘 사교육비 경감안을 마련하도록 속도를 내라”고 질책했다.
이날 논의된 주제는 주로 대학 입시(入試)를 위주로한 사교육문제였는데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사교육을 잡는다고 수능등급제, 내신 50%이상 의무반영, 같은 온갖 정책을 시행해 봤지만,오늘날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꺽이지 않고 계속적인 성장을 해와서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명문학원(名門學院)이 들어서면 그 지역의 집값이 폭등 할 정도이다. 또한 우리 나라의 숱한 사교육 정책이 교육정책 전반을 좌지우지 해 왔다. 그렇지만 “사교육 대책이 나올수록 사교육 시장이 팽창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놓으면 공교육(公敎育)은 우물쭈물 하는사이에 사교육은 발빠르게 대응태세를 갖추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이렇게 확대되는 것은 사회 상류층의 쏟아붓기식 과외가 중산층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과외를 부추기고, 그 뒤를 서민층의 「따라 나서기식 과외」가 쫓아가는 방식으로 확산돼 왔기 때문이다.
과외비용(課外費用)도 엄청나서 상류층의 「족집게」식 과외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呼價)하는가 하면, 최소 100만원대에서 몇백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생활비를 제치고 가계(家計)지출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과외교육비의 부담은 아이들도, 학부모도 고통스럽고, 사회 전체에는 엄청난 낭비가 되는것으로, 요즘 젊은 부부들이 많은 수의 자녀를 낳지 않으려고 기피하는 원인중의 하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비는 절반으로 줄이고 공교육(公敎育)의 만족도는 두배로 늘리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된 현직 대학총장이던 이경숙씨는 자신(自身)의 철학인지? 대통령의 철학인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영어교육의 중요성과 강화정책」을 역설했다.
국민들이 듣기에 “이명박 정부의 중요정책은 영어교육의 강화이고, 영어만 잘하면 나라도 잘된다.”는 식으로 연일 영어교육 정책들을 쏟아 냈다. 인수위원회의 정책발표에 연유되었는지는 알수없으나, 친구끼리, 혹은 선생님과의 모든 대화를 영어로만 해야하는 유치원이 생겼고, 원어민 강사가 가르치는 어린이 영어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초등학교 과정에 영어과목이 생겨나면서 어린이들은 매우 바쁘게 되었다.
학교수업이 끝난 후에는 영어학원으로, 태권도장, 수영장, 피아노, 바이얼린, 미술학원으로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고, 자기아이의 재능을 파악못하는 엄마들은 혹여나 남에게 뒤질새라 아이들을 몰아세웠다.
이때부터 아이들에게는 고생길이 시작되었고,어린이 한사람에게 70만원~100만원하는과외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젊은부부들이 둘째 혹은 셋째아이 낳는것을 망설이게 되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가 보장된다는 노르웨이의 경우 10학년까지(우리나라 중학교과정) 의무 교육이다. 이 기간, 수업료는 물론이고 교과서들 비롯한 각종 학용품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매주 5일간 등교하고 숙제는 없다. 과외수업이나 사설학원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다. 방학동안에는 완전 휴식기간으로 부모를 따라 휴가를 가거나 건강을 돌보며 즐긴다.
고등학교는 평준화 되어 있고, 학비는 무료이다. 국립대학교는 4년제인데, 이 곳에 입학한 학생의 수업료도 무료이다. (물론 교재는 본인이 구입해야 한다.) 해방 후 교육열이왕성했던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의 학비를 대기위해 목숨처럼 아껴왔던 논을 팔았고, 밭을 팔았고 기르던 소를 팔았다. 그래서 대학교를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사교육이 없던 이때 교육받았던 세대들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시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 주역을 담당했었다. 그럼 고비용(高費用) 사교육을 받은 오늘의 세대는 어떻한가? 3D(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업종은 외면하고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신세가 돼 버렸고, 계층간 사교육비의 격차가 극심해져, 열심히 공부해도 가난의 대물림은 끊지를 못하게 되었다.
“덕성(德性)과 인성(人性)”을 가르쳐야 할 공교육(公敎育)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했고, 주입식(注入式)일변도의 지식만을 가르치면서 “성적을 올려야 살아남는다”며 학교시험문제라도 빼내려고혈안이 돼 있는 사교육을 통해, 이기적(利己的)이고, 언제나 자기위주이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은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배워 온 우리자녀 세대들은 국가나 사회에 대한 기여 의식도,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나 효심(孝心)도 희박하다.
그래서 모든 희망을 자녀에게 걸고 살아온 부모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당국에서는 “불법과외나 심야교습규제등을” 어기는 학원 등에 대한 단속을 엄격히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대학입시 과외문제 만이 아닌 전반적인 교육정책을 재검토하고 범정부(凡政府)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정책을 마련해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건전하게 키우기 위한 국가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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