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방송법이 통과하던 날, 대한민국 국회는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언론악법”반대와 통과 저지를 외치며 의사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의장(議長)석으로 몰려드는 야당의원들, 이들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의장석을 둘러싸고 육탄전으로 응수하는 여당의원들 이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밀고, 밀리며 한 덩어리가 되어 떼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와이셔츠만 입은 한 사람이 펄쩍 뛰어올라 동료 의원의 머리와 어깨를 밟으며 밀림속의 타잔같이 몸을 날려 의장석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TV화면은 보여주었다.
의석에 있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고, 악을 쓰며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는데, TV화면은 또 다른 한편에서 여성 국회의원들이 서로 머리를 잡고 밀고, 밀리며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이 장면을 본 나는 충격을 금 할수 없었다.
지난 날 북유럽을 여행 했을 때 “국회의원중 과반수가 여성의원들인데 이 들 때문에 남성 의원들이 신사도를 잃은 모습을 보여줄까봐 무척 조심하고, 여성의원들도 그 특유의 부드러운 품성으로 국회가 화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 잘 운영되고 있다”는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무척 부러워 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여(與), 야(野)가 앞다퉈 여성의원들의수를 늘릴 때 큰 기대를 가졌었는데, 도대체 저꼴이 뭐람... TV를 응시하던 내가 “어린애들이 보고 배울까봐 겁나네. 다음 번 선거때는 나라도 국회에 나가서 바로 잡아 줘야 할까봐 도대체 우리 국회에는 저렇게도 사람이 없나?”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깔깔대고 웃는다.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꿈 깨세요. 당신이 저기를 나가면 그 날로 밑에 깔려서 병원으로 가던지, 아니면 그 날이 제삿날이 될것 같아 웃었다”는 것이다.
몇 달 동안 여와 야가 방송 미디어 법안을 놓고 협상을 했으나 협상이 이루어 질 기미는 전혀 없어 보였다. 여당은 「 단독통과강행」을 선언하고 6월 임시국회를 소집했으나 야당은 「언론악법통과저지」 투쟁을 위해 본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7월 22일을 D데이로 정한 여당은 본 회의를 개최하려했으나 회의를 주재할 김형오 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견제에 막혀 본 회의장 입장을 단념하고 사회권을 여당 소속인 이윤성 부의장에게 넘겨주었다. 혼란속에서 한 구석을 뚫고 본 회의장 입장에 성공한 이 부의장은 해당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미디어 방송법 관련 안건들을 의장 직권으로 본 회의에 상정하고 처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디어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투표종료”를 선언한후 재석(在席)의원의 수가 의결정족수에 미달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 부의장은 곧바로 재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켜 안건을 통과 시켰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의장이 투표종료를 선언 한 것은 일단 부결 된 것이다.
그런데 다시 투표를 하도록 한 것은 국회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원칙에 어긋난 것으로 미디어 방송법 통과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투표종료”를 선언했어도 「가결」이나「부결」되었다는 결과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부결된 것이 아니라 「의결 사항이 성립되지 않았을 뿐으로 「일사부재의」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적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한심한 일은 「대리투표」이야기다. “여당 의원들이 출석하지도 않은 의원들 자리에 앉아 투표 버튼을 마구 눌러 대리 투표를 했기 때문에 의안의 통과는 원천적으로 무효이고 이에 대한 확증을 가지고 있다”는 야당측 주장이고,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정작 대리투표는 야당에서 했고, 그날 야당 의원들이 여당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을 방해하고 막지만 않았으면 출석 의원들의 수가 훨씬 늘어나 압도적으로 가결 되었을 것”이라고 항변 했다.
어찌돼었든 이말들이 사실이라면 국사(國事)를 의논하는 대한민국의 신성한 국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말이다. 대리투표를 하고, 문을 막아 반대편이 못 들어오게 했다는 일들은 초등학교 자치회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저런 국회의원을 누가 뽑았나? 이런국회의원들은 뽑아 준 국민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헌법조항을 읽어나 보았는가? 그래 신중하고 철저하게 검증해서 그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는가?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에게 묻는다.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회기(會期)가 끝나면 떼를 지어 해외로 나가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고,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들의 속 마음을 아는가? 그러고도 가슴에 금 뱃지를 달고 다니는게 부끄럽지 아니한가?
또한 국회를 이렇게 운영하는데 300명이란 많은 국회의원이 왜 필요한가? 차제에 100~70명 정도로 구조조정을 해서 여기서 남는 막대한 재원으로 일자리 잃고 고통 받는 민초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좋치 않을까?”
이제 오는 10월에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된다고 한다. 벌써부터 여기에 진출할 많은 인원들이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여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간절하게 호소한다. “이번 만은 제발 올바른 사람을 뽑아 달라”고
이재중 논설위원 plus02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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