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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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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30대의 여성이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다고 하면 믿어 지시겠습니까? 앞을 볼 수 없어 희미한 윤곽만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고, 다른 선수들의 발자국 소리로 갈 길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고르지 못한 도로바닥과 돌아야 할 수많은 코너들, 그리고 오르막과 내리막 길, 쏟아지는 땀을 음료수로 보충해야 하고, 구간기록을 체크해 가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는 등 참으로 많은 난관이 100리나 뻗혀있기 때문에 시력장애인들의 마라톤은 불가능이라고 인식된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33세의 마라 러년(Marla Runnyon)은 이 모든 난관과 잘못된 인식을 뒤엎고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하였습니다. 몇해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시티마라톤에서 그녀는 쟁쟁한 정상 마라토너들을 제치고 ‘시력’이 주는 암흑의 한계를 극복하였습니다.
처음 20㎞를 줄곧 선두로 달렸고 후반부에도 전혀 느슨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그녀는 2시간 27분10초의 기록을 수립하였습니다. 순위 상으로는 5위이었지만 1위를 차지한 조이스 체프춤바(케냐)보다 불과 1분14초 늦은 것이며, 96년 이후 미국 선수가 세운 가장 빠른 기록이었습니다. 이 기록은 정상적인 남자들도 이루기 힘든 대단한 기록입니다.
그녀는 9세가 되던 해 망막 퇴행성이라는 충격적인 질병을 받아들여야했고 11세 되던 해부터는 2~3m 밖의 모든 물체는 구별할 수 없게 뿌옇게 보였기 때문에 달린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1992년과 96년도 장애인 올림픽에서 달리기 5종목에 우승을 차지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99년에는 세비야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 1,500ｍ에서 정상인들과도 겨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1500m 최종 결선까지 진출하여 전 세계 시각 장애인들에게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2001년에는 5,000ｍ에서 미국 실내 및 실외 대회에서 최고기록과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녀는 마라톤 당일 4℃의 차가운 날씨에도 당초 목표한 2시간 30분을 여유 있게 달성하면서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마라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짧은 거리였으며 35㎞까지도 즐기면서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그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신기록 작성의 원동력이었다.“고 말 한대로 지금도 이 자신감을 원동력으로 계속 달리고 또 달리며 ‘인간 승리’를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인간은 누가나 머나먼 길을 달려가는 마라토너들입니다. 수많은 인생마라토너들이 시력장애인이 아닌가 회의하게 됩니다. 2-3m 밖을 내다보지 못한 채 자신만을 들여다보는 생각하는 옹졸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비록 러년은 승리하였지만 멀리보지 못하는 달리기로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더욱 조급한 마음으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멀리 있는 푯대이지만 그것이 마음에 뚜렷한 모습으로 비쳐질 때 우리는 그만큼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해 한해는 우리가 달려할 마라톤 코스입니다. 러년이 여러 난관을 돌파하며 ‘인간 승리’를 이루듯 우리를 가로 막는 난관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김학중 꿈의 교회 담임목사 apostsh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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