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연아        안산시의회 의원

▶엉뚱하게 목적 변질된 생태산업단지 연수 

초기에 가치의 전환과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만, 일단 구조를 갖춰놓으면 훨씬 적은 에너지와 원료를 투입하고도 더 많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최소화하는 것이 생태산업단지이다. 생태산업단지라는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배우고 모색하고자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태산업단지에 대한 연수 목적은 달성할 수 없었다. 의회사무국과 국내 여행사, 미국 현지 여행사를 거치는 동안 목적은 변질되고, 생태산업단지와 관련한 공식방문지는 예전의 발전소와 공장 건물을 문화센터 등으로 개조한 곳과 주변의 내항지구를 둘러보는 것 외에는 엉뚱하게도 정수장 시설을 견학하는 것이 전부였다. (관광중심의) 여행사를 통한 해외연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사회서비스 확충해야 경제난 극복에 효율적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립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이루려는 조직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에서는 지난 98년 IMF이후 실업극복 운동 중 자활 활동의 일부를 사회적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 관(官) 영역에서는 2007년 1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돼 2009년 5월 개정됐고, 일부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토건(土建)사업’ 붐이라는 과거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 사회서비스 확충이라는 미래지향적 방식을 택할 것인가,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적어도 논리적, 학술적으로는 후자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몇십층 짜리 건물을 짓고 도로를 놓는데도 기계가 대부분 일을 하기 때문에 사람(인력)은 몇 명 필요하지 않은, 결국 몇몇 대형 건설사의 이익만 충족시키는 게 토건사업이다. 이에 반해 사회서비스는 일하는 사람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 모두에게 소득과 소비를 보장하기 때문에 경제난 극복에 있어 훨씬 미래지향적인 방식이다. 다만 정치적 이해득실과 아집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는 전반적으로 토건사업이 득세하고 있을 뿐이다.

▶‘만드는 일자리’로 전환한 HCE

아무튼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우리나라,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안산에서의 사회적 기업의 발전 방향 및 이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52년의 역사를 가진 사회적 기업 HUDSON COMMUNITY ENTERPRISES(이하 HCE)를 방문했다.

HCE는 장애인에게 직업을 찾아주는 것을 목적으로 1952년 설립됐다. 단 한 명의 적성과 능력을 찾기 위해 일곱 명이 일주일간 테스트하고 분석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한나절은 학교에서, 한나절은 HCE에서 공부하는, 실질적 경험을 위한 기업과의 연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회원 100%가 고용이 확정돼 HCE를 떠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는데, 실제로도 회원 90% 정도가 채용이 된 상태에서 HCE를 떠난다. 또 이 중 83%는 1년 이상 근무를 한다.

15년 전부터 High tech의 보급으로 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전환을 꾀하게 된 것이다.

이때 처음 시작한 사업이 트럭 안에서 문서를 파쇄하는 일이었다. 이후 종이문서를 스캔해 전자문서화하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마침 9.11사태 등과 맞물려 보안이 사회적 이슈로 되었고, 종이가 너무 많이 쌓여 문제가 되면서 기회를 잘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이 부분에만 140명이 고용되어 시간당 1만원 이상 받고 일하고 있다.

▶장애인, 출소자 일거리를 법으로 보장

이 사업과 관련해 주(州) 정부나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없었지만, 각각의 중요한 지원이 있었다. 한 가지는 법으로 장애인이나 출소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의 종류를 정해 놓은 것이다. 문서 파쇄나 대형상점의 계산원 및 포장 등의 업종에서 장애인이나 출소자만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일정 비율로 정해 놓은 게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 고용촉진법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실질적인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부기관의 문서 파쇄 주문을 HCE 같은 사회적 기업에게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이곳에 고용돼 일하는 사람이 소비능력을 갖도록 해 선순환적인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가져오도록 고려한 것이다. 안산시의 친환경상품 우선 구매에 대한 조례나 사회적기업 육성법의 우선구매 조항을 고려할 때, 의지만 갖는다면 이 부분 역시 충분히 현실성 있는 지원책이 될 수 있다.

현재 HCE는 연계 기업을 건강 및 IT관련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확장하여 고용기회를 더욱 늘려가고 있다. 또 교육 및 Test와 직장 연계 시스템에 대하여 자부담과 정부보조 60:40의 비율을 자부담(위의 문서파쇄업 등 사업 수익) 100%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안산도 취약계층 우선 고용 법제화 필요

안산에도 이미 사회적기업으로 노동부 인증을 받았거나 준비중인 단위들이 여러 개 있지만 지방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아직은 사회적 기업의 자생력도 약한 편이다. 단지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그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오는 미래지향적인 시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취약계층에게 우선 고용의 기회를 주는 작업 종류의 법제화와 함께, 사회적기업 생산품과 서비스의 우선구매, 사회적기업들의 협의체에 대한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실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을 준비중이다.

환경을 파괴하더라도 양적 성장만이 지상 과제였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듯이, 양적 성장의 효과를 일부 취약계층에게 나눠주는 것이 중앙 및 지방정부의 역할이었던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사회서비스를 확충함으로써 경제도 살리는, ‘함께 사는 것이 경제적인’ 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살리고 키워서 안산 시민들의 경제도 살리고 키워보자!

※이 글은 11월 2~11일에 안산시의회가 진행한 캐나다와 미국 해외연수에 참가한 홍연아 의원의 연수보고서 입니다.

홍연아 안산시의원  asopen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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