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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홍번 안산YMCA 사무총장 | ||
첫째는 한양대의 해고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데 있다.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청소 일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한양대의 이미지나 명예를 훼손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한양대의 명쾌하고 시원한 답이 없다. 한양대는 용역업체 교체로 용역업체에서 인력배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상식선에서 보면 한양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 왜냐하면 안산시를 비롯 공공기관이나 다른 대학 사례를 보면 대부분 용역업체를 교체할 때 ‘고용승계’를 전제로 계약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고라는 극단적 상황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즉 ‘갑’의 위치에 있는 한양대가 용역업체 ‘을’과의 계약에서 갑이 행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이 고용승계인 것이다. 이것을 몰랐다고 주장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라면 한양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우길지 몰라도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둘째는 한양대의 안산지역사회, 안산시민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한양대에 대한 지역적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종합대학으로서 안산의 자랑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안산에서 엄청난 부와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산시나 안산시민들에게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AMP(최고경영자과정)이나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예로 들 수 있듯, 안산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한양대의 지역기여도에 대한 평가는 단순한 일이 아닌 만큼 추후 충분한 연구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한양대를 향한 비판적 입장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10여년을 한양대를 위해 헌신한 비정규직 청소부 아주머니들을 계약만료 하루 전인 12월 30일에, 그것도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지성인을 양성하는 대학이 집행한 행정처리라고 하기엔 너무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다. 이와 같은 행정처리는 한양대가 안산지역사회와 시민들을 경시하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계기로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한양대에 대한 안산지역 차원의 적극적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굳이 안산시나 시민들이 한양대를 행‧재정적으로 지원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고, 나아가 향후 한양대에 대한 안산시의 지원까지 문제삼을 태도이다. 비정규직 청소부 해고를 계기로 불거진 갈등이 안산지역에서 한양대의 존재 필요성과 지원여부로 확대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양대가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해 개교 30주년을 맞아 안산 한양대는 학교명을 한양대 ERICA 캠퍼스로 바꿨다. 아울러 개교 30주년을 기념해 수억을 들여 KBS 열린음악회를 개최하고, 학교 정문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한양대의 대외적 이미지 개선은 물론 세계적인 학‧연‧산 클러스터 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이에 대한 막대한 투자 또한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양대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대학이 존경받고 발전하는 것은 외형적 변화, 규모의 확대만이 아니다. ‘사랑의 실천’을 건학이념으로 하고 있는 한양대의 진실성과 실천성, 이에 대한 안산시민들의 ‘사회적 존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랑의 실천’이 전제되지 않은 덩치만 큰 학‧연‧산 클러스터는 인간사회를 오히려 위험하게 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과학과 기술이 이룰 수 있는 것은 돈벌이 수단이거나 억압과 지배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학‧연‧산, 그런 과학과 기술을 누가 존경하겠는가? 한양대를 위해 10여년 이상을 청소로 헌신해 온 안산의 어머님들을 추운 겨울 길바닥으로 내몬 한양대 ERICA 캠퍼스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를 불길하고 위험스럽게 느끼게 한다면 지나친 우려일까?
류홍번 안산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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