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중 논설위원

분부 대로 먹을 갈아 바치니 할아버지는 붓에다 먹을 듬뿍 찍어서 한지(韓紙)에 “化竹生(화죽생)” 이라고 써서 주시며 한번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 때 중학생 이던 C 사장은 할아버지 어깨너머로 글 읽는 것을 보아 왔던 터라 “화.죽.생 아닙니까?“ 하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하면, 네가 그 글 뜻을 알겠느?”고 또 물으셧다. “모르겠습니다”고 대답을 했더니 “잘 보아라, 이글은 『되는 (化:될화) 대로 (竹:대죽) 살라 (生:날생)는 말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하고 껄껄 웃으셨다. 그러나 그때 C 사장은 그 글의 깊은 뜻을 알 리가 없었다.

『미야모도 무사시』는 전설적인 일본 제일의 검객(劍客)이었다 그가 검도 수련을 위해 전국을 떠돌아 다닐 때의 이야기다.

한 때 그는 어느 산골 마을에서 미래의 검객을 꿈꾸는 한 소년을 데리고 농사를 지으며 지낸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며칠 동안을 쉬지 않고 내린 장마비를 감당 하지 못한 저수지의 둑이 붕괴 되고 말았다.

캄캄한 밤. 물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논과 밭은 상류(上流)에 있는 저수지에서 쏟아져 내리는 탁류 속에 이미 잠기고 말았고, 무사시가 기거하던 외딴 집도 곧 물에 잠길 위기에 있었다.

반사적으로 “여기서 살아 남으려면 인가가 있는 건너편 마을까지 헤엄을쳐 건너는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한 그는 소년과 함께 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워낙 물살이 세어서 몸이 하류로 떠 내려 가기 때문에 상류쪽으로 물을 역류해서 비스듬히 건너 가야 했으나 물살을 역류 해서 건너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중간 쯤 넘어 건너 갔을 때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 지면서 몇 번 인가를 포기 해버리려고 생각 했으나 끝내 죽을 힘을 다해 겨우 육지에 오를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지형(地形)을 살펴 보니 육지는 하류 쪽으로 계속 연결돼 있어서, 하류 쪽으로 물살을 따라 비스듬히 물을 건넜던들, 죽을 고비를 겪지 않았어도 손쉽게 건널 수 있었을터인데, 평소에 유심히 주위를 관찰하지 못하고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것이 큰 잘못 이었다.

이번 일을 거울로 삼아 그는 “결투장에서 지형 지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자신에게 유리 하도록 활용 하는 것이 승리의 첫걸은” 이라는 교훈을 얻을수 있었다.

 우리 나라가 현대화 하는 과정에서 큰 몫을 담당해 왔던 사람 중에 현대 그룹 정주영 회장이 그중 한사람 이라는 데는 부정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군부 독재 정권이 끝난 후 개최된 의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그는 “나는 시류(時流)에 따라서 살아 왔다”고 답변 했다.

막강한 군사 정권의 권력 앞에서 그들에게 협조 하지 않고 기업을 경영 한다는 것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 그는 건설과 중화학, 중공업, 자동차, 전자 공업등을 비롯한 거대한 기업들을 경영해 왓고 우리나라 현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분에게 가장 아쉬웠던 일은 순리에 역행 해서 정치계에 발을 담근 일이었다. 그 결과로 그 동안 쌓아 왔던 현대 그룹이 무너졌고 후계자인 정몽헌 사장의 자살 사건까지 몰고 오지 않았던가?

 C 사장이 할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하게 된 것은 70세 후반에 들어서 였다. 말씀을 요약하면 첫째: 『 되는 대로 살라 』는 말은 『안되는 대로 살라』는 말의 반대어이다. 따라서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이다.

둘째: 순리에 따라 되는 쪽으로 살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의 예에서 보듯이 곤경속에 빠지거나 일생동안 이루어 놓은 업적들이 물거품이 돼 버리는 수가 있다.

요즈음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자천, 타천으로 출마 하겠다는 사람들이 수 없이 많지만 막상 마음에 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순리에 역행』 해서 꿈을 잡으러 나선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파탄되고 죽을 고비를 격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여기서 “ 너 자신을 알라”고 갈파한 소크라테스의 명언(名言)을 첨가 해 보는 것이 어떨가 싶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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