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원 동화작가 (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191.4km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섬, 심청전의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제물이 되어 인당수에 빠져 죽었다는 사나운 바다, 섬 지형이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섬, 짧은 순간에 우리들의 가슴에 가장 아픈 모습으로, 가장 무정한 모습으로 각인된 섬…, 바로 백령도이다.

3월 26일 밤,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실종자 탐색 구조 작업이 4월 3일자로 사실상 마감되었다. 아니, 마감이 아니라 포기하고 만 것이다. 침몰된 천안함 뒷부분에서의 고 남기훈 상사의 시신 발견과 구조 작업에 나선 민간어선 금양호의 실종 등으로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자 수색 포기를 군 당국에 전했다. 이제 희망의 끈을 놓아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답답한 마음 그지없다. 

그동안 실종자 탐색 구조 작업은 가히 필사적이었다. 우리 국민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 작업에 나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양국의 해군 함정들과 군 잠수사와 민간 잠수사 그리고 수색 작업에 자원한 민간 어선들까지, 빠른 구조를 바라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잠수 규칙을 보면 조류 흐름이 1노트(시속 1.85㎞)이상이 될 때는 잠수 금지, 수온이 10℃ 이상일 시 잠수를 하되 그 이하일 경우 20분 이상 절대 잠수 금지, 물속 40m 이상일 때도 잠수 금지 등등…. 그러나 백령도 앞 사고 해역은 조류 흐름이 3노트, 살을 에일듯한 수온 3℃, 침몰된 천안함까지의 물속 깊이 45m, 그야말로 지옥 같은 조건이었다.

천안함이 동강나 가라앉은 45m 아래 바닷속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압의 다섯 배, 팽팽한 농구공을 넣으면 5분의 1로 쪼그라드는 무시무시한 압력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10분만 작업을 해도 급격한 피로 엄습과 의식마저 가물거린다고 한다. 이 극한 상황을 인지하고서도, 무모한 줄 알면서도 바다로 뛰어들어 살신성인한 고 한주호 준위. 뱃머리 부위에서 작업 도중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미군 함정 살보함으로 이송, 1시간 3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고 순직하고 말았다. 

고 한주호 준위는 1975년 군인의 길로 들어서 전역을 2년 남긴 베테랑 해군 특수전여단(UDT) 요원이다. 1976년부터 줄곧 해군 UDT에서 근무한 베테랑 요원이다. 지난 2009년에는 해적이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1진 중 가장 나이 많은 부대원으로 자원한 뒤, 작년 9월에 귀국했을 정도로 대한민국 군인의 표상이었다. 

올해로 군 생활 35년째인 고 한주호 준위는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탐색 구조작업에도 자원했다. 연속 잠수를 말리는 후배 군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통로가 확보됐다, 오늘 다 마치겠다. 실종자 가족이 애를 태우고 있다." 라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순직을 하고 말았다.

자신의 안위를 손톱만큼이라도 생각했더라면 그는 분명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바보처럼 뛰어들었다. 그 바보 같은 행동이 우리 온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적셨다. 그의 다부진 얼굴과 군인정신, 남겨진 가족들의 눈물이 우리들의 가슴에 밀물로 무섭게 들어와 떠날 줄 모르고 있다.
 
이제 UDT의 전설이 된 고 한주호 준위.
영웅은 지난 토요일인 4월 3일 오전 10시,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해군장으로 엄숙하게 영결식을 치른 후, 자신의 영원한 안식처가 될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울리며 영면한 고 한주호 준위. 진정한 군인으로서 그의 거룩한 죽음에 우리들은 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며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 죽음 앞에서도 아직까지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답답한 정치권과 천안함 사고의 원인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군 수뇌부, 이러는 사이 출처를 모르는 괴소문만 흉흉하게 나돌고 있어 국민들의 가슴은 마냥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 속히 국민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것이 고 한주호 준위의 순직에 대한 보답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도 침몰된 천안함 속에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군인,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 실종자들의 탐색 구조 작업에서 천안함 인양 작업으로 바뀌었지만, 우리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군인이다. 대한민국의 아들이며 우리 국민 모두의 아들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들들에게 대한민국이 명령한다. 
“명령이다. 전원 귀환하라!”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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