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중 논설위원

‘북방의 길로 통하는 노르웨이’하면 낯설고 멀게 만 느껴 지지만 바이킹의 생활 모습과 만년설이 흘러 내리는 빙하, 얼음궁전, 백야현상(베르겐 에서는 밤 12시에도 해가 지지 않아 창문의 커튼을 내리고 자야만 했다).

그리고 ‘피요로드’ (빙하가 휩쓸고 간 골짜기에 쪽빛 바닷물이 채어져 자연적으로 생긴 운하 같은 것으로 깊이가 2천 미터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등 천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대자연에 우선 압도 되는 곳 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자연의 풍광(風光) 보다 도 내가 가슴속에 느끼고 온 교훈은 다음 세가지 였다.

첫째 : 선조(先祖)들의 나라 사랑 정신이다.

노르웨이 국토의 대부분은 불모지로서 9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 하면 다음 해 4월 까지는 모든 것이 얼어 붙는다. 겨울 내내 하루 몇 시간 밖에는 해가 뜨지 않는 어둠 침침한 밤이 계속 되기 때문에 이들의 선조들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해적질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이 바로 바이킹이다.

그러나 그들은 후손들을 위해 이 척박한 땅에 자작 나무와 전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그것이 지금 와서 무진장한 삼림자원의 보고가 되였고, 환경 보존에 밑거름이 되었다. 내가 여행했던 여러 나라들 과는 달리 이 곳은 수돗물을 그대로 마 실수 있고 거의 모든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맑고 깨끗했다.

드디어 그들은 이 동토(凍土)의 땅에 지상 낙원을 건설 했고 요람에서 무덤 까지를 보장하는 복지 국가를 운영 하고 있었으며 오늘의 그들은 자신들이 ‘바이킹의 후예’ 라는 것을 떳떳하게 자랑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비켈란드’ 조각공원을 관람하고 나서였다. 오슬로 시내 관광을 마치고 ‘비켈란드 조각 공원’으로 향했다. 조각 공원을 관광 한다고 하길래 나는 서울에서 보아 왔던 것처럼 ‘벌판에 몇십점의 추상화 같은 조각들을 전시해 놓은 것이려니…’ 생각 하고 갔었는데, 곧 이어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십여 만 평이 훨씬 넘어 보이는 넓은 광장에 호수를 만들어 아름다운 다리를 놓았고, 보도와 미로(迷路)를 만들고, 수 많은 종류의 나무를 가꾸어 놓았는가 하면 ‘해시계’를 만들어 놓는 등, 기반 시설 자체가 바로 훌륭한 작품 이었고 수준 높은 공원이었다.

여기에 설치해 놓은 192점의 조각과 여기 등장하는 695명의 인상 모형은 하나 같이 진지 하게 고뇌하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힘들어 하는 등 인간의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해 놓았고 우리와 같이 살아서 숨 쉬고 행동 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걸음을 멈추고 찬탄을 금 할 수밖에 없게 했다.

조각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보고 있노라면 인간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겪어야 하는 희·노·애·락(喜怒哀樂)과 생·노·병·사(生老病死)의 표정들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품들이 조각가인 ‘구즈타프 비켈란드’가 일생을 바쳐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는 이 작품들을 다음 네 가지 조건을 붙여 오슬로시에 기증을 했다.

그 조건들 이라는 것이 ①작품들을 오슬로 시 이 외의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아니할 것 ②무료로 관람 하도록 할 것 ③누구나 마음대로 작품을 만져 볼 수 있게 할 것 ④자신이 죽은 후에 공원 전경을 항상 내려다 볼 수 있는 3층 옥탑에 유골을 안치해 줄 것이었다고 한다.

죽어서도 노르웨이를 사랑하고, 그의 작품과 후세의 시민들과 함께 있기를 소원했던 한 위대한 조각가의 장인정신을 눈앞에 보는 듯 했다.

세 번째는 노르웨이 국민들의 나라 사랑 정신 이었다. 하루는 어느 마을 앞을 버스로 지나고 있었는데 집집마다 국기가 계양 돼 있었다. “무슨 국경일 이냐?”고 안내인인 K씨에게 물었더니 “노르웨이에서는 집 마다 국기 게양대가 설치 돼 있는데, 국경일은 물론이고 특별히 자기 집안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거나 마을에 경사가 있을 때에도 국기를 계양해서 축하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말을 듣고 유심히 보았더니 과연 주택마다 국기 계양대가 설치돼 있었고, 간혹 국기를 계양한 집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생활 속에서 국기에 대한 애정을 직접 확인 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 여행에서 얻은 세가지 교훈을 가지고 우리들 자신의 모습과 비교해 보았다.

얼마 전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미성년자로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예가 꽤 많이 있었다. 필시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들이 자기 후손들의 장래를 위해서 마련해 준 것일 것이다.

한편, TV에서 연재 해 주는 ‘동물의 세계’라는 프로를 보면, 어줍잖은 졸부들이나 인간들 보다 훨씬 훌륭한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동물(짐승)들의 모습을 보고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일례로 호랑이는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먹이 감 사냥하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새끼가 능숙하게 사냥을 할 수 있는 기량이 있다고 판단되면 어미는 새끼 호랑이를 자기 곁에서 쫓아내 독립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짐승 만도 못한 인간들이 너무도 많은 우리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먹고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에게 먹이 감을 쌓아 놓으니 그들이 그것을 온전히 지켜내고, 이웃을 배려하고, 열심히 살아 가려고 노력 하겠나?

우리도 한 때는 국기 계양식과 하기식을 엄숙히 진행 한 때가 있었다. 그 때는 길을 가던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국기에 대해 경의를 표했었다.

또한 건축 허가를 내줄 때에는 반드시 국기 계양대를 설치 하도록 조치 했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언제부터 인가 흐지부지 없어져 버리고 국기에 대한 애정이나 경의감도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국경일에도 국기를 계양 하는 집들이 10%도 안되고 고속도로는 놀러 다니는 사람들의 주차장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 솔직한 우리들의 현실 인 것을 어찌할까!

북 유럽 복지 정책을 부러워 하고 그것을 당장 시행 하겠다고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 앞서서 그들의 나라 사랑 하는 정신부터 배워야 하지 않겠나?

이재중 논설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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