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함미가 20여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 동강난 채 올라온 함미는 그야말로 처참 그 자체였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절단면의 찢긴 모습은 당시의 상황을 말없이 설명하는 것 같았다. 한때 서해바다를 호령했던 천안함이 바지선에 올라 예인되는 모습은 한낱 찌그러진 형체에 불과했다.

이날 부모와 자식, 남편, 형제를 잃은 가족들은 주검으로 돌아온 이 광경을 지켜보며 다시한번 오열했고,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 국민들도 하루 종일 침통한 모습으로 인양장면을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실종장병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로하면서도 처참한 천안함 모습에 가슴이 더욱 찢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천안함 사고 이후 4월에 계획했던 각종 행사들을 취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특별메시지를 통해 천안함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사고원인도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했다. 안산시도 벚꽃 축제와 튤립축제, 안산 국제거리극축제 등 각종 축제와 행사들을 취소하고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천안함 사고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천안함 사고가 발생한 후 우리 군의 대응은 너무나 답답했다. 군 작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듯한 인상 때문에 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한 점 의혹없이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희생자들에게 최대의 예우를 해야 한다.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다 희생당한 한 준위에 대해 정부는 낮은 예우를 했다가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만큼 똑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장병 가족들에게도 일회성 보상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위해 순직한 희생자들에게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4월은 조국의 서해바다를 지키기 위해 순직한 우리의 늠름한 희생 장병들을 애도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 온전함 모습으로 돌아오길 간절하게 기대한다. 하루아침에 아들과 남편, 형제를 잃은 가족들이 빨리 일상 생활에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아픔을 나누자. 천안함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장병에게도 열심히 생활할 수 있도록 격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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