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할당제 시행으로 여성의 정계 진출이 다소 확대되면서 풀뿌리 생활정치 지방자치제도에서 여성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하는 여성이 대부분인 요즘, 그들에게서 여성의 정치진출과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일하는 20대 미혼 여성부터 40대 주부까지 4명의 여성에게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와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진 촬영은 꺼려 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 기르기 좋은 환경 만들어 줬으면…”

여성들이 다음 지방정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거대한 정치 담론 보다 생활과 밀접한 분야, 특히 자녀 보육이나 교육에 대한 바람들이 많았다.

30대 직장 여성 김○○(32·일동)씨는 결혼을 앞두고 양육비와 보육지원이 실질적이지 못한 것이 불만이다. 김씨는 “지금상태로는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요. 출산휴가가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일반 직장에서는 꿈도 꾸기 힘들죠. 또 양육비 지원이나 보육시설도 정말 부족하고요. 지자체마다 지원정책이 다른 것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등 3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보육교사 일을 하고 있다는 유○○(40·사동)씨는 보육지원책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는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유씨는 “무상급식 왜 못하는 거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급식비를) 지원 받는다는 것 자체가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 받을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방과 후 학교도 모두 같이 받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 아이들이 대상이다 보니 아이들이 받는 상처도 그래요. 또 사교육비 부담은 계속 올라가는데 대책도 없고요”라며 현 교육정책이 아이들을 배려하는 것에 많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육 환경 문제도 지적됐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자영업을 하는 40대 주부 이○○(43·고잔동)씨는 “신도시 유흥가에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술과 담배에 노출돼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관계기관의 단속이나 대책도 거의 없고요.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마련에도 무심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교육 환경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비현실적 공약보다 실천가능한 공약 필요”

이들이 말하는 정치인의 공약은 ‘불신’으로 종합됐다. 비현실적이고 실천하기 힘든 공약이 많아 마음에 전혀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매번 같은 내용에 비현실적인 공약들이 대부분이라 공약만으로 후보를 판단하긴 어렵죠.” 주부 이○○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 선택 기준을 어디 둬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한다.

20대 미혼 직장인인 김○○(25·고잔동)도 공허한 공약에 이미 질릴 만큼 질렸다고 한다. “후보마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 ‘일자리 만들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된 것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모두 일시적인 비정규직들 아닌가요? 취업을 앞둔 20대 청년층들에겐 너무 비현실적인 공약일 뿐이죠”라며 지방선거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생활정치에 대한 기대감 충족될까?

하지만 4명의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의 정치 진출 확대에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러한 반응은 여성이기에 생활 깊숙한 부분까지 신경 써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바탕이다.

여느 지방선거 때보다 많은 여성 정치인들의 현실 정치 입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여성 정치인들이 이런 여성들의 욕구를 얼마나 해소 시킬 수 있을지, 여성이 여성에게 거는 기대는 다른 때 보다 더욱 크게 느껴졌다.

최영석 기자  photojk@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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