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채 논설위원

예전에 5월 ‘가정의 달’(2002년 7월12일)에 진정 나를 반성하며 남긴 글이 생각납니다. 우리 집 거실 벽한 가운데 걸려 있는 명시를 보면서 나를 반성하며 쓴 글입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했는데, 나는 수많은 말로서 살았네,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했는데, 지나고 보니, 덤불 가운데 묻혀 살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살라 했는데, 욕심 가운데 흥분 가운데 정신없이 살았네,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했는데, 이런 저런 세상사 인연 때문에 고민 가운데 서 있다네,

글쎄요? 지금 나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오늘도 일기장에 반성문을 써 갑니다. 나는 여러분께 ‘당신이 주연입니다’라는 시 한 편을 드리고 싶군요, 세계는 무대, 그 안의 우리는 배우, 맡은 역할 서로 달라도 여러분과 나 모두 배우랍니다. 같은 무대에서 공연 하는 배우랍니다. 어떤 사람은 어릿광대가 되고, 어떤 사람은 슬픈 역할을 하고, 어떤 사람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주연을 맡기도 하고, 대사 한 마디 없이 지나가는 사람 1,2,3 도 있지요. 태양처럼 영원히 빛나는 사람.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배역 주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지요, 감독 눈에 들어야 좋은 배역 돌아옵니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자신을 단련 시키고, 끊임없이 개발하고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내서 여기 없으면 안되는 사람에게 주연을 맡긴 답니다. 당신의 평생 감독은 누굴까요, 부처님일 수도 있고 예수님일 수도 있고, 조상님일 수도 있습니다. 감독 눈 에서 벗어나면 벤치에 앉아 있기도 힘들어 집니다. 항상 기뻐하고, 항상 감사하고, 아낌없이 사랑 베푸는 당신, 바로 당신이 내일의 주연입니다.

5월 8일 ‘어버이 날’ 나는 부모님께 감사하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모르고 살았습니다.’ 라는 글을 씁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숨 쉬고 살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목마르면 물을 마시면서도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말씀으로 영혼을 살찌우면서도 수박 겉핥기로 살았습니다. 부모님의 생명 나눠 받고도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같은 이불 덮고 살면서도 우습게 알고 살았습니다. 식구처럼 소중한 것 없는데 소 닭 보듯 살았습니다. 소중함 모르는 바보이면서도 지난날 멋으로 살았습니다. 바보가 가는 길 어디인지 모르면서 돈도 명예도 물거품인 곳으로 휘청 휘청 걸어갑니다.

부모님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내 생각이나 ‘시’ 하나를 띠워 봅니다. 아내와 하나 됨이 어언간 48년이 지났군요. ‘미안한 마음’ 연애 할 때 나는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날마다 그리워한다고 결혼할 때 나는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10년이 지나며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보다 더 할 일이 많다고 20년이 지나며 나는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사랑이란 한 낱 꿈같은 것이라고, 그리고 다시 30년이 지날 때 나는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사랑이 그리워진다고 그리고 죽음이 왔을 때 나는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정말 미안하다고. 아아! 그때 나도 알았습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되는 것임을….

나는 감히 여러분께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는 ‘감사장’ 세계에 하나 뿐 일 것입니다.

아버지 : 박규채 어머니 : 임경희

위 두 분은 평소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 남 달리 노력하며 자기희생과 헌신적인 사랑으로 가정의 평화를 이룩하셨음은 물론 우리 가족 구성원 간에 우애와 안정된 삶을 위하여 평생 노력 하셨습니다.

또한 어려운 여러 가지 여건 속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떳떳한 사회인으로서 혹은 학생으로서 자기 일에 충실 할 수 있었으며 어려움이 닥쳤을 경우에도 늘 저희들 옆에서 격려해주신 두 분은 영원한 우리들의 아버님, 어머님 이셨습니다. 이에 두 분께 그 마음을 기리고 간직하고자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을 담아 감사장을 드립니다. 

-2004년 1월22일-

아들 : 박영구, 큰사위 : 임경식, 큰딸 : 박순음, 외손자 : 임성원, 둘째사위 : 조중혁, 둘째딸 : 박순재, 외손자 : 조호선, 외손녀 : 조아라.

‘가훈’ 믿음의 아버지, 사랑의 어머니, 성실한 아들 딸

우리 가족 모두는 오늘도 가훈대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행복한 5월 되세요.

박규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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