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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원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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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과 오솔길, 그리고 나무들마다 눈부실 정도로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근로자의날로부터 시작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날, 세계가정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 가히 가정의달이다.
5일은 여느 기념일보다 소중한 어린이날이었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제정한 기념일이다.
3·1운동 이후 소파 방정환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으려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해 1923년 5월 1일, 색동회를 중심으로 어린이날을 공포하고 기념행사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어린이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927년부터 5월 첫째 일요일로 날짜를 바꾸어 기념행사를 치르다가 1939년 일제의 억압으로 중단된 뒤 1946년 다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날을 위한 기념행사가 전국에서 다채롭게 거행되었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공원·어린이회관·고궁·기념관 등이 무료 개방 되어 어린이들의 물결로 넘쳤다.
안산시에서는 올 어린이날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어린이’라는 주제로 어린이날 큰잔치를 성대하게 벌였다. 호수공원에서의 화려한 축하공연과 가족 골든벨 행사, 각종 전통놀이마당체험, 어린이나눔 장터까지 열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줌은 물론 가족이 함께하는 행사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어린이날을 즈음해 간과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문제에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 첫째는 대한민국어린이헌장, 그 둘째는 입양아 문제이다.
1957년 제정된 대한민국어린이헌장은 1988년 제66회 어린이날 즈음해서 수정 보완되었다.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 나갈 새사람으로 존중되며,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길잡이로 삼기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어린이헌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항과 9항이라 할 수 있다.
1.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9. 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
이 땅의 어린이들이 과연 어린이 헌장의 1항과 9항처럼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에서 어른들에 의해 학대받는 동영상과 보조금 횡령 등으로 국민의 혈세가 줄줄이 새어나가고 있는 현실이 방영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알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모면하려 하는 공무원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제주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4월 27일을 ‘아동학대 추방의 날’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올해로 세 번째 맞이한 ‘아동학대 추방의 날’ 기념사가 마음을 잔잔하게 흔들어놓고 있다.
‘아동학대 추방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제주사회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크게 들리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 아이들의 맑고 건강한 웃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야 한다.
다음은 입양아에 관한 문제이다.
5월 11일은 입양의날이다. 5월엔 반드시 챙겨야 할 날들이 많이 있지만 귀에 익지 않은 입양의날은 그냥 간과하기 십상이다. 오히려 가정의 달에 입양의날이 있다는 게 이상스럽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많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고아수출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은 해외입양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고아수출국’의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다.
건전한 입양문화의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2006년부터 입양의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5월 11일은 매년 가정의달 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동(1)을 입양하여 건강하고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제정 취지대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국민의 의식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국외 입양을 하는 나라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 심히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어린이헌장 마지막 항의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 이 조문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이 땅의 위정자들과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많은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음지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도 더 많은 따슨 손길을 보내야 한다.
보이는 곳마다 가정의달 표어 현수막이 출렁거리고, 어린이 선물 세일로 아직도 백화점과 마트는 북적거리고 있다. 사랑은 없으면서 포장만 큰 선물, 포장은 작지만 사랑이 가득 담긴 선물, 우리는 어린이날 과연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선물만 선물이 아니다.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바로 이 말, “얘들아, 너희가 미래다!”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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