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에 출마한 시의원들의 기호가 확정되면서 순위에 따른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전국적인 통일기호를 배정받는 한나라당(1번)과 민주당(2번)의 경우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가, 나, 다’ 순위에 따라 당락이 좌지우지 되지 않을까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당락 가른 ‘기호’의 위력(?) = 시의원 후보들이 정책과 공약보다는 ‘기호’에 민감한 것은 이른바 ‘줄투표 현상’에 대한 우려에서다. 인물을 보고 투표하기 보다 단순히 기호에 따라 ‘표쏠림’이 빚어질 수 있는 때문이다.

실제 4년 전 지방선거 때 투표를 통해 당선된 시의원 19명의 기호를 보면, 나선거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였던 홍연아씨를 빼면 모두가 가, 나번 앞순위 후보들이었다. 2명을 선출하는 5개 선거구에서는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가번 후보만이 당선되고 나번 후보는 줄줄이 낙선했다. 3명을 뽑는 선거구 3곳 역시 다번 보다는 앞순위인 가, 나번 후보에게 표가 쏠렸다. 득표에 있어서도 가번 후보가 나번과 다번 후보에 비해 2~3배 이상 몰표를 받았다. 앞번호를 선호하는 유권자의 심리가 ‘묻지마 지지’ 현상을 빚은 결과다.

유권자 책임의식이 중요 = 이런 ‘묻지마 지지’를 우려한 탓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나번을 배정받은 후보가 아예 출마를 포기하는가 하면 기호배정을 위한 당내 경선과정도 공정성 시비로 몸살을 앓았다.

한나라당은 가번을 배정받지 못한 이수형(가선거구) 씨와 김문정(아선거구) 씨가 후보를 사퇴했고, 민주당은 일부 선거구에서 지역위원장의 ‘특정후보 밀어주기’ 시비로 반발을 샀다. 같은 정당 내에서도 기호가 앞순위인 후보는 “당선에 쐐기를 박은 것과 다름 없다”며 반색을 하는 반면 뒷순위 후보는 “기호 때문에 득표에 불이익은 없을까” 고심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기호 만을 따져 찍는 ‘묻지마 지지’ 보다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꼼꼼하게 살피는 유권자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정 정당이나 앞순위 후보에게만 표를 몰아주면 잘못된 정책을 되돌리고 주민 혈세 낭비를 견제해야 할 시의회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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