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원 동화작가 (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신록의 계절 6월이 시작되었다. 산과 들의 색깔이 온통 초록빛이다. 초록으로 채색된 산과 들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러나 6월의 파란 하늘 보기가 마냥 부끄러워진다.

6월 2일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선거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선거는 승자와 패자, 서로의 가슴에 불신의 앙금만 가득 채워놓고 끝날 것 같다.

꽃다운 나이에 숨져간 천안함 장병들의 충성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데, 그들의 숭고한 죽음마저 선거용 표로 주판알 튕기며 목소리 높인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남북한 및 주변정세에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어도 모자랄 판에 표만 얻을 수 있다면, 무자비하게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가운데 국민들은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되었다. 승자와 패자를 하나로 보듬어야 할 6월을 맞이하기가 여느 해보다 가슴 무겁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조국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나라 사랑의 길을 생각하며 옷깃 여미는 숙연한 달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귀한 호국영령들이 있었기에 잦은 외침과 시련에도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고조선부터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외침을 막아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외침의 횟수가 무려 2,000번에 가까울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형이 대륙과 섬을 잇는 반도라는 지정학적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반도이기 때문에 대륙과 섬으로 우리의 무한한 힘을 확장시킬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 힘 있는 조국 재창조의 주역은 우리와 후손들의 몫이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역사의 고비마다 조국을 지킨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소중한 호국보훈의 달 6월이 한때 이념에 휩싸여 홀대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 시절 많은 행사에 호국영령 및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식순에 빠져있거나, 설령 있다 하더라도 주최 측에 의해 생략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픈 기억으로 간직하기엔 너무나 이념의 틀에 묶여 무심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호국보훈의 달 6월이었다. 이제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기념사를 낭독하고, 주요 행사 때마다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시행하고 있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지난달 5월 10일부터 31일까지 ‘2010 일만 송이 나라 사랑 헌화’ 캠페인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애국정신이 빛을 바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매년 6월이 시작되면 호국보훈, 현충일, 나라사랑, 6·25전쟁 등의 단어가 언론매체에 장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 고위층과 각계 주요 인사들은 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이 왠지 마음 속 깊이 들어오질 않는다.

6월엔 진심으로 호국보훈과 나라사랑의 정신을 되새기고, 일회성 행사 위주에서 탈피하여 구체적인 보훈정책을 가다듬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국가예산 중 보훈예산이 2.5∼5％ 차지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7％ 수준 정도밖에 되질 않아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특히, 아직도 끝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6·25전쟁에 대한 올바른 역사교육은 더욱 절박한 현실이다. 이제까지 휴전체제 속에 안주하며 망각 속에 살고 있었던 6·25전쟁,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이미 70%를 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10~20대 중 60%는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를 뿐 아니라, 6·25전쟁의 책임이 가장 큰 나라는 북한이라고 답한 비율도 10대에선 38%, 20대는 36%밖에 안 된다는 통계는 기성세대를 경악시켰었다. 이 상태를 계속 방치할 경우 6·25전쟁에 대한 왜곡된 시각도 나올 가능성이 커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호국보훈의 달,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에 감사하는 보훈의식과 함께 호국 영령들의 애국 충절을 기리는 숭고한 6월이 되어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나라 사랑의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내실 있게 펼쳐져야 한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태극기의 물결로 가득 차고, 호국영령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흘러넘쳐야 한다.

‘호국보훈의 달 6월입니다. 당신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존재하고, 우리는 당신들의 아름다운 희생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라고 다짐을 하면서도 6월의 하늘 바라보기가 마냥 부끄러워지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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