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이여, 깨어나소서


▲ 류근원 동화작가 (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다가오는 25일은 6·25전쟁 60주년을 맞는 날이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동족상잔의 비극의 날이다. 학창시절, 해마다 6월 25일이 가까워오면 불렀던 노래를 읊조렸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여기까지였다. 생각의 우물파기를 곰곰 했지만 끝부분까지 완벽하게 부를 수가 없었다. 교육자로서 참으로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6·25전쟁이 발발된 지 올해로 이순을 맞게 되었다. 공자의 논어편엔 이순(耳順)인 60세가 되면,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렇듯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60세인 이순이다.

그 이순의 나이를 맞게 되는 6·25전쟁, 그러나 우리는 60주년에 걸맞는 6·25를 아직까지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국민의 표만 얻을 수만 있다면 무책임할 정도로 전쟁과 평화의 선택을 강요하던 정치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에 소름이 돋는다.

6·25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북한군의 남침으로부터 발발한 전쟁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으로 말미암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현재까지 휴전 중이다. 그러나 휴전 이후 크고 작은 국지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현재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북간 위기감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연일 불바다 위협 방송을 쏟아 붓고, 그 북한 방송을 교묘히 이용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못된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북한 어뢰에 의한 천안함 침몰의 과학적 수사 결론 앞에서도 이념에 젖은 세대의 불신과 음모론의 확산은 호국영령 앞에서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더욱이 잘 알려진 한 시민단체가 천안함 사건은 진실이 아니라며 그 의혹을 재조사해 달라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얼마나 황당해 할 것이며, 이 대한민국을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인지….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일치되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 당위성 앞에서도 우리는 국론분열로 누더기 옷을 걸친 꼴이 되고 만 모습이다. 지난달 24일 남측의 대북 심리적 수단을 직접 조준 격파하고야 말겠다던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12일엔 서울의 불바다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얼마 전엔 현역 장성이 북한에 ‘작전계획 5027’을 유출시켜 이 나라를 온통 충격에 빠뜨렸다. 북한에 유출된 ‘작전계획 5027’은 한·미 연합작전의 근간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군사 작전계획이기 때문에 더없이 국민을 불안 속으로 빠뜨렸다. ‘작전계획 5027’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에 유출된 작전계획을 그대로 둔 채 유사시 상황을 맞을 경우, 우리 군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북한 편향적인 발언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현재까지도 반발하고 있다. 그 교사는 ‘다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내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내 주장을 말할 권리도 없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사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국가관이 정립되지도 않은 학생들에게 편향적 이데올로기를 가르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이 나라가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늦었지만 진단과 처방을 정확히 내려야 한다. 그 진단과 처방에 따라 국민을 설득하고 중지를 모아야 이 나라가 온전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 60주년을 맞는 6·25전쟁을 계기로 이 나라를 지켜온 호국영령들을 다시 생각하고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집결시켜 큰 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호국영령이여, 깨어나소서. 당신이 산화하여 지킨 이 나라를 굽어 살피소서. 지금 우리나라는 월드컵 축제에 한껏 들떠있습니다. 지난 12일, 그리스와의 대전 때 우리의 자랑스런 선수들이 2:0으로 그리스를 격파하였습니다. 그날 그 시간, 장대빗 속에서도 100만 명이 넘는 붉은 악마들이 일사불란하게 응원을 펼쳤습니다.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친 붉은 악마 응원단은 비를 맞아가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거리를 청소했습니다.

그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자랑스런 국민들입니다. 천안함 생존 장병 중, 5명이 다시 함상 근무를 지원했습니다. 그 용기 앞에선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입니다. 이 나라를 지키는 대한민국 군인들에게 힘을 실어 주소서. 축 처진 어깨가 올라가고,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충천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나라가 세계로 미래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옵소서.”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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