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업종에 근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반복되는 업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3D업종이라고 하는 일들은 대부분 노동환경이 불결하거나 지극히 단순한 노동 또는 위험도가 높은 작업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에게는 이러한 환경은 별로 나쁜 조건들이 아니다.

아무리 열악해도 자국의 노동 환경보다는 대부분 양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은 한국에서의 노동을 힘들어 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의 노동 강도에 대해 묻자 중국에서 온 한 노동자는 “똑 같은 동작을 하루 12시간 해봤어요. 아니면 그렇게 몇 달을 혹은 몇 년을 살아 봤어요.”라고 되레 질문을 던졌다. 그는 “물론 작업이 힘이 들지는 않지만 집에 와서 씻고 자고 먹고 다시 출근해서 또 똑 같은 동작을 12시간 되풀이 하다가 퇴근하는 생활을 몇 달이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몇 달이 지나면 극도의 정신적인 공허와 불안,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이런 방식의 삶에서 도피하고 싶어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소비할 수 있는 문화는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그리고 아무리 둘러봐도 외국인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종류의 일밖에 없다.”며 체념하듯 말했다.

한국에 온 노동자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지겨운 작업장으로 나가게 되고 일은 열심히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결국 유혹과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타락하거나 혹은 방황하게 된다.

태국에서 왔다는 이주노동자는 “몇 년을 기계처럼 살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도 잃고 몸도 망치고 돈도 잃는다.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길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한국사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그냥 남의 나라 사람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을까.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 회사 관계자는 “장밋빛 꿈을 안고 이 땅에 온 외국인들이 분노와 억울함으로 충만해 돌아간다면 세계 속의 한국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은 열매들은 훗날 이 나라의 미래에 어떤 열매를 가져다줄 것인가를 우리나라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경제 구조가 수출 중심의 구조이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곧바로 경제적인 이해득실로 연결된다고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활용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 왔다는 노동자는 “한국사회는 철저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갖고 있어요. 경제도, 문화도 개방해서 타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금 이들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훗날 큰 도움이 되어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제 한국 사회는 문을 열고 저들에게 다가 가야 한다. 폐쇄된 단일민족의 문화를 깨고 이제는 함께 어울리는 다문화를 받아들인다면, 거기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최금희 기자는 중국 요녕성 사범학교를 나와 한국국적을 취득한 후 안산에서 가정을 꾸렸다. 현재 안산YWCA와 어린이집 등에서 중국어 강사로 활동 중이며 한국총신대학교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최금희 시민기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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