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전,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 류근원 동화작가 (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드컵 축구제전의 열기로 온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그리스에 2:0 승, 아르헨티나에겐 1:4 패, 나이지리아와는 2:2 무승부로 조 2위를 차지, 56년 만에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태극전사들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지난 26일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8강 진출을 놓고 운명의 한판 대결을 펼쳤다. 붉은 악마 응원단의 함성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흔들고도 남았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우루과이에게 1:2 석패를 함으로써 8강에의 꿈을 접고 말았다.

그러나 잘 했다. 우리의 태극전사들, 너무나 잘 싸웠다. 허정무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23명의 태극전사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싶을 정도로 정말 훌륭하게 잘 싸웠다.

우리나라의 월드컵에 대한 도전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역사였다.

6·25전쟁 직후였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첫 출전했던 우리나라는 지역예선에서 일본을 1승 1무로 제치고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그러나 스위스까지 가는 머나먼 원정길은 너무나 험난하기만 했다. 미군 군용기를 겨우 얻어 타고 스위스로 떠난 대표팀은 시간을 맞추지 못해 개막식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시차 적응에의 실패와 이미 지쳐있던 대표 선수들은 헝가리와 터키에 각각 0:9, 0:7로 대패하며 실력차를 절감해야 했다. 게다가 2패로 본선 진출이 좌절되자, 서독에는 기권을 한 채 귀국하고 말았다. 서독과의 경기를 치를 경우, 늘어날 체류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 출전은 드라마보다 더 눈물겨운 아픔이었다.

어디 이뿐이랴, 월드컵 때문에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5일간의 축구전쟁도 불사했다. 전쟁의 진짜 이유는 정치적 갈등 때문이었지만, 멕시코 월드컵 지역 예선전 때 두 나라간의 축구 시합이 전쟁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었다. 또한 월드컵 축구 경기 중에 감독까지 해임되는 촌극도 부지기수였다.

우리나라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멕시코에 1:3, 네덜란드에 0:5로 잇따라 패하자 차범근 감독을 중도 해임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차범근이 경기 해설을 하고, 그 아들인 차두리 선수가 로봇과 같은 강인한 체력으로 경기장을 휘저으며 16강 진출에 큰 디딤돌 역할을 했다. 참으로 월드컵 역사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다시 얼굴을 내밀기까지는 무려 32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갈색 폭격기 차범근을 앞세웠지만, 1무 2패로 또다시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박창선이 월드컵 첫 골을 터뜨린데 이어 두 번째 경기였던 불가리아전에서는 1:1로 비기며 첫 승점의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0:2로 뒤지다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 서정원이 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2:2 무승부를 거뒀고, 강력한 우승 후보 독일을 상대로 결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2:3으로 석패했다. 그 당시 미국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 모습은 중·장년층들에게 아직도 뇌리에 선할 정도이다.

이후 우리나라의 축구는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월드컵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세계적인 강호들을 연달아 물리치며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의 드라마까지 연출했다. 해외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토고를 꺾으며 사상 첫 원정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이청용 등 걸출한 해외파들이 참여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원정 16강 첫 진출의 대업을 이루었다.

정말 잘 싸웠다. 우루과이에게 1:2로 석패를 했지만 태극전사들, 너무나 훌륭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경기장을 누비는 그들의 다리에서 우리 국민들은 희망을 보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청사진을 읽을 수 있었다.

분루를 삼키며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허정무 감독은 “고개 숙이지 마라, 너희들과 함께해 행복했다!” 라며 격려를 했다고 한다. 감독만 행복한 게 결코 아니었다. 우리 국민들, 태극 전사들로 인해 너무너무 행복했다.

우리에게 기쁨과 안타까움과 눈물을 선사하며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들었던 자랑스런 태극전사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정말로 위대한 도전이었다. 4년 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호랑이처럼 내달리며 세계를 제패할 것으로 믿는다. 2010년 6월 한 달 동안 한국인이란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