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최상위의 價値


▲ 류근원 동화작가 (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며칠 전 한류스타 박용하 씨가 자살을 했다. 우리 사회에 던진 그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지난달 19일부터 일본 전역을 돌며 새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었던 박 씨였기에 그의 자살은 세인들에게 의문점을 증폭시켰다.

경찰은 자살 원인을 ‘사업 운영에서 오는 부담감과 부친 위암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자살을 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박 씨는 영화 ‘겨울연가’의 배용준의 연적으로 출연하여 일본에서 욘하짱으로 불리며 대중적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을 2005년 이후 내리 4년 연속 거머쥔 실력파 가수이기도 하다.

이런 박 씨였기에 일본팬들도 충격 속으로 빠져 들었다. 일본의 내노라하는 TV에서도 박 씨의 자살 속보와 함께 오열하는 팬들의 모습을 연속적으로 내보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엔 자살로 세상을 떠난 연예인들이 의외로 많다. 이은주, 장자연, 유니, 안재환, 최진실, 최진영 등 기라성 같은 연예인들이었다. 화려한 의상, 탁월한 가창력, 눈부신 연기력으로 청소년 또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기도 한 그들이었다.

물론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심적 고충엔 공감을 한다. 물거품 같은 인기에 대한 부담감, 소속사와의 관계 등으로부터 오는 심적 부담엔 공감하지만 자살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살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도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오죽이나 답답했으면 자살을 했을까?’라며 자살을 관대하게 보는 그 인식이야말로 자살을 방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특히 유명인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2003년 처음으로 1만 명선을 넘어선 후, 단 한 번도 1만 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해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어들고 있는데, 자살자는 2003년을 기점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를 추월했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21.5명이 자살을 해 OECD 국가 중 단연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이 11.3명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거의 2배 수준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이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미국에서는 1960~70년대에 걸쳐 ‘자살이 개인의 선택이냐, 국가가 개입할 사안이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후 이 논쟁은 ‘자살은 예방이 가능한 사회적 문제’라는 결론으로 수렴됐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1970년대부터 정신질환자와 자살 미수자, 그리고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자살예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미국의 자살률이 우리나라의 절반 이하인 것이 자살예방교육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1990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30명이 자살해 ‘자살의 수도’라는 오명까지 안았던 핀란드의 경우, 10년 동안 ‘국가자살예방프로그램’을 실시해 자살률을 18명까지 낮췄다. 덴마크도 지속적인 자살예방교육으로 실효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12월 ‘자살예방 5개년종합대책 2차사업’을 발표하고, 올해 예산으로 594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자살예방교육에 직접 쓰이는 돈은 13억 원에 불과하다. 자살률이 높은 이웃 일본은 1335억 원의 예산이 자살방지교육에 투입되고 있다하니 답답한 마음 그지없다.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중 자살로 인한 사망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네 번째로 나타나 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삶의 목적과 의미, 삶의 질에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물질적 가치만 추구하지 않고 생명의 소중함과 내면의 정신적 가치의 중요함을 재인식함으로 진정한 인간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 생명은 그 자체로서 존엄하며,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되고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최상위의 가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살은 그 어떤 것으로도 미화될 수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살은 용납될 수 없으며 어떤 역경에서도 자살이 고통으로부터의 도피,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생명은 귀중한 것, 살아야 한다.

이를 악물고 역경을 극복하며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 인생의 긴 여정에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 누구나 어떤 이유로 해서 조금씩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상처의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 본질적으로 상처의 아픔이야 다 같은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사상가이자 시인인 에머슨의 말이다.

‘삶이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죽으려 하지 말라. 어깨에 진 짐이야말로 인간의 목표를 달성하는 큰 도움이라 할 수 있다. 짐을 벗어버리는 유일한 길은 목표를 달성시킨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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