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이번 월드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대회이고,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최초 대회라는 것 외에, 부부젤라라는 악기나 자블라니라는 공인구로 인해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제기되고 있으나,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쪽에서는 아쉬움만을 토로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축구 경기에서는 오심을 이유로 이미 끝난 경기를 무효로 하고, 재경기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재판에 있어서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갑은 을에게 금 1,000만원을 빌려 주고도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을 명의의 차용증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갑이 제기한 소송에서 을은 갑이 제출한 차용증이 위조되었다며 차용사실을 부인했지만, 차용증이라는 중요한 처분문서로 인해 갑은 승소하였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후 갑이 을 명의의 차용증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 을은 이를 이유로 이미 확정된 판결을 다툴 수 있을 까?

만약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을이 다시 다툴 수 없다면, 을은 두고 두고 억울해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상정해 마련해 둔 제도가 재심이다.

재심이란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판결절차 또는 소송자료에 중대한 흠이 있음을 이유로 당사자가 소의 형식으로 그 판결의 취소를 구함과 동시에 소송을 흠이 있는 판결 전의 상태로 복구시켜 다시 변론과 재판을 해 줄 것을 구하는 불복신청 방법을 말하는 것이고, 우리 민사소송법은 제451조부터 461조에서 이러한 재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위에서 예를 든 사안에서 을은 종전 확정 판결이 ‘위조된 문서’로 인한 것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제6호).

다만, 재심이 무분별하게 인정된다면, 법적 안정성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민사소송법은 재심 사유를 한정적으로만 인정하고 있고(민사소송법 제451조에서는 11개의 사유만을 인정하고 있다), 재심사유를 알면서도 종전 소송에서 주장하지 않았다면, 재심을 청구할 수도 없다. 또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재심이라는 제도는 민사소송에서만 인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증인의 증언이 위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유죄 판결을 받았던 피고인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형사소송법 제420조).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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