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욱 취재부장

취임 1개월도 안된 민선5기 김철민 안산시장이 단행한 ‘에버그린21’ 인사에 대해 지역사회 여론이 뒤숭숭하다. ‘코드인사’라는 냉소적 비판 여론과 시민단체의 면담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철민 시장은 인사를 단행했다. 여론 수렴이나 사전 검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안산시가 출자한 산하기관과 유관기관 단체장들과 고위직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잔여 임기가 남아 있는 산하 출자·출연기관장들에게까지 사표를 요구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이들을 내보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남은 인사를 놓고도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러나 거론되는 인물 면면을 살펴보면 우려를 접을 수 없는게 사실이다. 전문성 부재야 말할 나위도 없고 마인드나 기본적인 철학과 자질마저도 의심케 만드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MB정권의 ‘고소영 인사’를 재방송하는 듯하다.

그런 인물을 지난 선거캠프의 일원으로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논공행상하듯 총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그것도 낙하산 인사로 앉히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다.

특히 산하단체장 선임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방재정 운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민선 5기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았던 안산시가 민선4기에 접어들고부터 교부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재정력지수도 0.74에 머무르고 있다. 지출에 필요한 돈이 100만원이라 가정하면 74만원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재정 악화는 지난 자치단체장들의 방만한 경영과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로 자초됐다 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김철민 시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등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당선됐다. 곳간은 비었는데 해야할 일은 산적해 있는 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취임 1개월도 안된 시장에게 ‘코드인사’라는 우려를 보내는 것 자체가 기우일 수 있다. 그러나 신뢰 문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조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일할 때 그 조직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그런 인사 정책을 펼치지 못할 때면 ‘인사가 망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잘못된 인사정책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어떠한 댓가를 치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특정지역 연고주의 인사로 인해 공직자들의 사기와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공무원들이 시장 눈치만 보고 줄서기로 복지부동하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안산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잘못을 깨달았을 때 그 순간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추는 것이 더 큰 잘못을 확대·심화시키지 않는 최선의 길이다.

김형욱 기자  hyung@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