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1）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중랑구 북스타트 위원회
（2）2015년 책의 수도 지정을 위해 달리는 김해시
（3）10분 책읽기가 10만 학생 저자를 만든다-대구시 교육청
（4）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 부천 작은도서관
（5）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 일본 우라야스 도서관과 치요다 도서관
（6）책읽는 안산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책 읽는 습관 형성은 나이가 어릴 수록 효과가 크다. 한 연구에 의하면 18개월 이전에 책을 접한 어린이가 학교에 입학해 책을 즐기고 독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확률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3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책 읽기는 언제쯤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놀랍게도 1992년 영국에서 시작 된 북스타트 운동은 생후 6개월 부터 아기들게 책을 선물하자고 제안한다.

이 운동은 책을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어린이가 학교에서 느끼는 좌절을 목격한 웬디 쿨링씨가 처음 제안했다. 특히  북스타트 운동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취급받던 육아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사회적 소외문제를 해결하고 읽기 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교육의 시발점을 만든다는데 의미를 갖는다.

첫해 영국의 버밍엄 지역 3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된 북스타트 운동은 현재 영국과 일본 미국 캐나다 등으로 확산되어 사회 문화운동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 안산의 어린이들도 '책 꾸러미'를 선물받게 된다. 북스타트 운동의 진행과정과 기대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 중랑구, 북스타트 국내에서 처음 시작

△ 2003년 처음 시작된 중랑구 북스타트 사진. 개그우먼 김미화(사진 맨 오른쪽)씨 등이 참석해 아기들에게 책 꾸러미를 선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북스타트 운동이 영아와 엄마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북스타트 시범운동 효과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 북스타트 비참여 집단과 비교해 볼 때 부모의 양육태도와 책에 대한 인식, 부모와의 상호작용 등에서 북스타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랑구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듬해 8월 중랑구 북스타트 위원회를 발족하고 보건소와 함께 이 운동을 진행하다가 2007년부터는 중랑구청으로 사업이 이관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중랑구의 북스타트 운동은 중랑구 북스타트 위원회(회장 윤석원)가 총괄 기획한다. 매달 1회 모임을 갖고 회원등록과 책꾸러미 제공 상담, 자원 봉사 어머니 교육 계획, 기념행사 진행 등을 논의한다.

중랑구의 북스타트 회원수는 6,832명. 매년 1500명에게 책 꾸러미를 나눠준다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 중이다. 북스타트 운동을 알리기 위해 매년 책 축제를 열고 있으며 직장 여성을 위해 찾아가는 북스타트도 진행했다.

중랑구 북스타트 추진위원회 윤석원 회장은 “처음엔 소아과 의사, 유치원 원장 등 관련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지역에 봉사하며 실무적인 일을 담당하는 위원들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명예 보다는 아이를 좋아하고 봉사하는 데 보람을 찾는 사람만 남았다”고 현재 위원회 상황을 설명했다.

●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는 중랑구 어린이

△ 자원봉사자가 아기와 엄마에게 책 읽어주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가장 먼저 북스타트 운동의 기본이며 중심인 책 꾸러미 나눠주기 사업이다. 이 사업은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구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다. 중랑구는 구청과 보건소가 한 건물에 있어 보건소에서 예방 접종을 마친 아기와 엄마들이 쉽게 방문 할 수 있도록 장소를 골랐다.

이 행사에는 매주 40~50명의 유아와 엄마가 참가하는데 단순히 책만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먼저 자원봉사자가 아기를 무릎에 앉히고 책 읽어 주기 시범을 보인다. ‘책은 아기의 눈높이에 맞춰라’ ‘목소리 톤은 평상시 보다 한 옥타브 높여라’ ‘아기랑 눈을 맞추며 읽어라’ 등등 아기가 책과 친숙해 질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을 아기 엄마에게 가르친다.

생후 6개월부터 취학 전까지 3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난이도가 다른 동화책을 선물한다. 1단계는 ‘북스타트 꾸러미’로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유아를 위한 책이고 2단계는 ‘북스타트 플러스’로 19개월에서 35개월 유아, 3단계는 ‘북스타트 보물상자’인 36개월에서 취학 전 아동을 위한 책과 간단한 장난감이 담겨 있다.

책 꾸러미를 선물 받은 아기들은 북스타트 회원으로 등록되어 매달 1차례 운영되는 북스타트 어머니 교실에 참가할 수 있다. 이 교육은 동화구연, 악기놀이, 인형극 관람, 이유식 만들기 등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이다.

이와 더불어 아기가 자라면 성장발달 과정에 맞는 교육과정에도 참가할 수 있다. 매년 1회 진행되는 '북스타트 플러스 교실'에서는 18개월 이상 된 아기와 함께 다양한 ‘책놀이’를 하며 교감을 쌓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몸과 관련 된 책 읽기, 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느끼는 수업 등 한 창 움직임이 활발한 유아들이 오감으로 책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다.

● 북스타트가 책 읽는 아이를 만들어요
중랑구에서 북스타트 회원으로 등록되어 '북스타트 세대'로 자라는 아이들은 7,000여명이다. 지난 8월 28일 북스타트 선포 6주년 기념식에는 이 아이들과 가족이 참여하는 신나는 책 축제가 열렸다.

미니 책만들기와 풍선 쇼, 구청장님이 직접 들려주는 동화책까지 매년 북스타트 회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책과 함께 시작한 인생을 즐겁게 이어갈 수 있도록 서로 돕고 격려하는 자리다.

기념식에서 북스타트 성공 사례를 발표한 한 정연화씨(32, 중랑구 묵2동)는 “북스타트에서 제공한 도서 목록이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내 아기에게 맞는 책이 어떤 것인지 몰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할 때 북 스타트 책 꾸러미를 받았다”라며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6년 전 첫 아이 때 북스타트를 시작해 얼마 전 둘째에게도 책꾸러미를 선물했다. 정씨는 "두 아이 모두 책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인지 하루 종일 놀면서 책을 읽다보면 30~40권 이상 읽게 된다"고 흐뭇해 했다.

북스타트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중랑구청 박지숙씨는 "북스타트를 경험한 엄마들은 대부분이 책 꾸러미 배포 후 이어지는 교육에 참가하고 있고 이 교육에 대한 만족감이 상당히 높다"며 "운동의 가시적인 성과는 긴 시간이 흘러야 나오겠지만 사회가 아기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기때문에 구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인터뷰 - 중랑구 북스타트추진위원회 손미숙 부위원장

△ 6년째 자원봉사하고 있는 손미숙 중랑구 북스타트 추진위원회 부위원장.

북스타트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2004년부터 위원으로 참가해 봉사하고 있는 손미숙 부위원장은 봉사하며 쌓인 보람이 없었다면 6년간 이 일을 해오지는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는 매주 화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행사장을 찾아 책 꾸러미 나눠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명예를 바라고 참가했다가 정작 책 나눠주는 봉사에는 소홀히 했던 위원들은 대부분 위원회를 떠났다. 17명을 시작한 위원회가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다.

손부위원장은 “때로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발을 들이려는 사람들 때문에 위원회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북스타트 1호점’이라는 책임감과 구민들의 관심이 있어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구에서 지원되는 예산 2,000만원은 대부분 책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위원회 살림은 회비로 충당된다. 책 읽기 전도사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교육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열악한 재정 때문에 자체 자원봉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하지 못하고 ‘북스타트 코리아’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가시킨다.

다행히 처음 시작부터 함께한 자원봉사자들이 많아 이 운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라고 하지만 시작한 지 6년 밖에 되지 않았다. 4~5년 쯤 후에는 북스타트 운동을 경험한 어머니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받은 사랑을 나눠 준다면 더 큰 보람을 느끼겠죠. 그 때까지는 힘들어도 봉사 할 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 안산 북스타트는? 9월 말 선포식 갖고 책 꾸러미 배포 예정

△ 중랑구 방문에 함께한 안산 북스타트실무위원들.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북스타트 사업 책임을 맡고 있는 박경택 상록어린이 도서관 관장.

안산시는 지난 6월 북스타트 자원 활동가 양성교육을 시작으로 북스타트 운동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해 7월 안산의제 21 작은도서관 특별분과와 중앙도서관이 공동 주관해 북스타트 추진을 위한 포럼 등을 개최하며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후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이 진행된다.

북스타트 운동의 책임을 맡은 상록어린이 도서관은  첫 해 대상영유아(3개월~18개월) 13,000여명 중 약 15%인 2,000명에게 책 꾸러미를 배포하기로 하고 자원활동가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스타트 운동이 민간이 주도하는 사회적 문화 운동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안산시 측이 사업 시행단계에서 민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안산의제21 도서관 특별분과 임은아 관장은 “북스타트 운동은 단순히 책을 나눠주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아기를 키우는 것 못지 않게 책 읽기를 통해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고 교육의 기초를 만드는 북스타트 운동은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책 꾸러미 나눠주기’는 중랑구의 사례 처럼 일정한 날을 정해 일년 내내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착순 2,000명을 뽑아 한 번에 책을 나눠 주겠다는 발상은 이 운동을 실적위주의 사업으로만 인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북스타트 운동이 사회적 육아를 실현한다는 근본적인 취지에 걸맞게 꾸러미 배포 장소를 접근성이 높은 작은 도서관과 보건소 등으로 확대하고 '찾아가는 북스타트'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경택 상록도서관 관장은 “선착순으로 접수는 받지만 9월 말 북스타트 선포 식 이후 도서관 방문하는 날짜를 지정해 한 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원봉사자 활동이 안정화 되면 배포시간을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단체의 지적이 있은 후 민간인을 포함한 '북스타트실무위원회'를 구성한 후 때마침 진행된 중랑구 취재에 동행하는 등 북스타트 운동을 지속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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