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로드킬(Road kill)은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숲속을 가로질러 만들어진 고속도로나 한적한 외곽 도로에서만 발생할 것 같은 로드킬은 유기된 애완동물이 증가한 것 때문인지 요즘은 도심이나 시외 구간 도로 위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도심 속 도로에서는 차량의 주행속도가 높지 않아 동물을 피할 수도 있지만, 고속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에서라면 갑자기 나타난 동물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거니와 이로 인한 2차 교통사고(급정지나 급차선 변경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우려된다. 2006년 고속도로에서 사망한 동물의 수는 5,600마리에 이른다고 하니, 로드킬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위험성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만약 고속도로에 갑자기 나타난 동물 때문에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거나 동물을 피하기 위한 급정지나 급차선 변경으로 2차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피해자는 누구에게 그 손해 배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경우 동물이 야생동물인가, 아니면 축사 등에서 관리되고 있는 동물인가에 따라 책임 주체가 다소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바로 인근에 사슴농장이 있는데, 농장에서 나온 사슴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피해자는 민법제759조에 따라 사슴농장 관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는 있다. 그런데 만약 야생 노루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피해자는 도로 관리상의 하자, 즉 ‘야생동물 방지 울타리가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아 도로에 진입한 동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라는 이유로 고속도로 관리자인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고속도로 관리자인 한국도로공사에게는 관리상의 하자 책임이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최근 고등법원은 ‘어떤 도로라도 인근에서 사육하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차단할 완벽한 울타리를 기대하는 것은 경제적ㆍ물리적 제약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하면서 ‘한국도로공사가 사고 지점을 포함한 고속도로를 24시간 3교대로 감시하고 있으며, 사고 당일 일대를 순찰하는 동안 야생동물을 발견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고가 난 도로가 통상적으로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관리상 하자’를 인정하지는 아니하였다.

위 사안은 1심에서는 도로관리자의 책임이 일부 인정되었던 것이기에, 상고 여부에 따라서는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고속도로에서는 혹시나 있을 돌발 위험까지도 고려하여 안전 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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