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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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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
그는 우리 시대에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통하는 진보적인 언론인이자, 대학교수(한양대)로 일생을 바쳤다.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태어난 선생은 합동통신 (지금의 연합뉴스)과 조선일보 기자를 하면서 여러번에 걸쳐 해직과 구속을 당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진보적 언론인 한겨레 신문을 창간하면서 당시 정치 권력과 당당히 맞서는 견고한 자세를 고수했다.
리영희 선생은 이전에 ‘우상과 이성’이란 제목의 글에서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그친다,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했다.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지는 지난 1980년 신군부가 광주소요 배후조종자로 그를 지목하자, ‘메트르 드 팡세’(사상의 은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반지성과 반민주에 맞선 역정이었다’는 상징이라 할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필자는 생전의 리영희 선생을 단독으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적은 없다. 다만, 지난 2009년 10월 초 안산 상록을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임종인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참석한 그의 얼굴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을 뿐이다. 그날 행사는 성포동 다농마트 빌딩에서 있었는데, 우연히도 1층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면서 눈 인사를 나누면서, ‘아 ! 이분이 리영희 선생이구나’ 하고 했었다.
비교적 작은키에 깡마른 체격, 검게 그을린 얼굴이었지만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모습에서 그가 살아온 과거 일생의 단면을 볼수가 있었다. 당시, 언론을 통해 리영희 선생이 간경화로 투병하며 간간히 병원신세를 지고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인지라, 나도 모르게 걱정어린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개소식에서 리영희 선생이 참석자들에게 던진 인삿말은 그야말로 단아함, 깨끗함, 청아함, 올곧음, 포근함, 지성함, 산뜻함이 모두 섞여있었다.
건강이 좋지않은 상황에서도 비교적 진보적인 정치인의 출마 개소식에 참석했던 그의 모습에서 리영희 선생이 추구하는 정치 철학을 잠시나마 음미할 수 있었다. 수많은 참석자들도, 그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고, 그가 아직 우리에게 건네줄게 아직도 많이 남아있음을 따뜻한 마음으로 전달했다.
리영희 선생은 수리산이 둘러싸인 산본에서 인생의 말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안산에서 가까운 곳이었기에, 언젠가 한번 찾아가 뵙고 인생의 선배로, 언론의 대선배로써 자유분방하게 이야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제 그 뜻을 이룰수 없게 됐다.
시흥 연성지구와 소래포구, 인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소래산 정상에서 그동안 살아온 내 자신을 곰곰히 생각해 봤다. ‘기자와 시인으로써, 주민의 아픔을 얼마나 헤아려 줬는지, 지역사회의 정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힘없는 약자편에 서서 한일은 과연 무엇인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흐르는 눈물을 얼마나 닦아 줬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혹시, ‘가끔 술마시고 흥청대며 실수한건 없는지’ ‘도움을 외면하고 해빛만 처다보고 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살펴보고 반성해 보았다.
리영희 선생이 걸어온 거대한 족적만큼, 위대하거나 창대하거나 큰별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질책받고, 비난받지는 말아야 할텐데….
나는 이날 사람들의 심장소리로 출렁거리는 소래포구에 들러, 진정한 글쟁이로 거듭나도록 절제와 지지를 함께 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최제영 시인/기호일보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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