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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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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것은 16세기 말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우리 조상들도 유럽인이 그랬던 것처럼 새롭고 세련된 문화로서 담배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김홍도가 그린 ‘타작도’라는 18세기의 풍속화를 보면 담뱃대를 입에 물고 여유롭게 볏짚에 기대어 누운 양반을 볼 수 있다. 김홍도의 눈에도 담배라는 것이 여유로운 생활을 나타내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던 모양이다.
현대에 들어와 영화가 발명된 이후로 수많은 영화 속에서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멋지게 담배 피우는 모습이 무수히 등장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우수에 젖은 눈으로 한 손에 담배를 들고 허공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은 수많은 여성들을 가슴 설레게 했다. TV 드라마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생각에 잠길 때면 약속이나 한 듯 담배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한편 담배를 남녀 평등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도 생겼다. 그뿐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은 그들의 창조성과 상상력의 근원으로 담배를 예찬했다.그리고 오래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웬만한 식당이나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주위의 소리없는 눈총을 받게 되었고, 직장에서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점점 많은 건물들이 금연 건물로 지정되어 찬 바람 부는 날 담배 하나 손에 들고 건물 밖으로 나와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고, TV에서도 담배 피우는 장면이 퇴출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공공장소와 사람이 붐비는 길거리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의 담뱃불에 어린 아이가 눈을 다치는 사고가 있고 나서부터 길거리에서의 흡연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담배 피는 사람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콜럼버스 당시의 유럽인도 아니고, 김홍도 그림속의조선시대를 살고 있지도 않다. 담배는 더 이상 새롭고 신기한 문화도 아닐뿐더러,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을 멋있다고 보아주는 사회도 더 이상 아니며, 담배 피우는 여자를 보고 남녀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담배는 이제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단지 냄새나고 남에게 불쾌감을 주며 자신과 남의 건강을 헤치는 중독의 대상일 뿐이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자. 구구절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구차하며 지겨울 뿐이다.
이제는 스스로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그 길쭉한 작은 막대기에 구속되어 냄새 풍기면서 자기뿐 아니라 남에게까지 폐를 끼치며 살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 그리고 의학적 도움으로 그 불쾌한 중독에서 벗어날 것인지.
마지막으로 콜럼버스에게 한마디만 물어보자. 혹시 그 때 유럽으로 담배를 가져간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요,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명이 줄어들었는지를 아시나요.
김진향 단원보건소 센터장, 안산1대학 간호과 교수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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